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보험업계 CEO들의 연임 또는 교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임기 만료를 앞둔 보험업계 CEO는 10여 명 정도다. 이 가운데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KB손해보험 사장,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등은 경영실적을 인정받고 일찌감치 연임을 확정지었다.
이런 가운데 KB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이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허정수 사장, 생명보험사 인수 통한 대형화 전략 모색
KB생명 신용길닫기신용길기사 모아보기 사장이 생명보험협회의 새로운 협회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공석이었던 KB생명의 대표 자리는 KB국민은행 부행장 출신 허정수 사장이 선임됐다.
그는 KB금융 내부출신 중 보험업에 대한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허 사장은 KB금융지주가 과거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던 당시 미국 지점 부실 파악 등 인수 작업에 깊이 관여했던 이력이 있다.
손보사 인수 이후에는 KB손해보험의 경영관리 부사장직까지 역임하는 등 보험업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KB금융지주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지난해 연임을 확정지은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는 생명보험 쪽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 부분은 보강하려는 바람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지난 3일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 현장에서도 여전히 생명보험사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보험업계는 그 중 경영난과 재무건전성 불안 등으로 인수 메리트가 적은 KDB생명을 제하면, 실질적으로 KB금융지주 입장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는 매물은 ING생명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B생명은 2017년 기준 9조원대의 자산규모로 생보업계에서도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런 KB생명이 M&A를 통해 생보업계 자산규모 40조 가량에 달하는 ING생명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5위 수준으로 도약하게 된다.
KB금융지주가 과거 LIG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현재까지 손해보험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례를 볼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부분은 역시 금액 문제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은 약 2조5500억 원 규모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될 경우 매각금액은 3조 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도 KB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가격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인수가 불발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역시 변수는 충분한 상황이다.
한편 허정수 사장은 지난 2일 취임식 겸 신년식 행사에서 “KB금융그룹의 위상에 걸 맞는 회사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2018년 KB생명의 경영전략방향으로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 강화, 디지털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가치 중심의 지속 성장기반 제고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허 사장은 디지털추진본부 산하의 조직편제를 조정하는 한편, 효과적인 신 성장동력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기획부서의 조직편제를 새롭게 구성하는 등 새로운 출발에 대한 영업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 오병관 대표, NH농협손보 한단계 도약 비전 선포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어 NH농협손해보험의 새로운 사장으로 지주 부사장 출신 오병관 사장을 선임했다.
당초 그는 농협금융 부사장을 지내며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꾸준히 언급되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농협 은행장에 이대훈닫기이대훈기사 모아보기 전 농헙상호금융 대표가 선임됨에 따라 농협손해보험 사장으로 깜짝 발탁되었다.
이처럼 힘 있는 인사가 농협손보의 새로운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농협금융지주가 올 한해 손보 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 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고 느껴졌던 손보에 거물급 인사가 배치되어 업계 주목도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2억 원, 16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0.8%, 22.7%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정책성 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 손익을 제외하면 실제 당기순이익은 197억 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증가한 수치라고는 하지만, 농협손보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 이윤배 사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직에 오른 오병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역 농축협을 근간으로 대면 채널, 다이렉트 채널 등 채널별 다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 사장이 ‘채널별 다변화’를 언급한 이유는 농협손보의 기존 판매채널이 지역농협 채널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평균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약 10%대에 형성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농협손해보험의 방카슈랑스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농협 계열 보험사들은 그만큼 젊은 신규 가입자 유치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타파하고자 NH농협생명의 서기봉 사장은 지난해 ‘균형전략 5대5’를 내놓으며, ‘지방 고객 대 대도시 고객’, ‘농·축협 채널 대 신 채널’, ‘저축성보험 대 보장성보험’ 등의 비율을 균형있게 맞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바 있다. NH농협생명이 지난달부터 온라인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병관 사장 역시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며, 농협생명과 마찬가지로 채널별 다변화를 통해 지난해 론칭했던 다이렉트 전용 보험몰의 수익 확대를 이루는 한편, 체질 개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손해보험사로 도약할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2018년 사업추진 결의대회’를 통해 올해 농협손해보험이 나아갈 방향과 중심과제들을 설정했다.
오병관 사장은 결의대회에서 ‘질적 성장을 통한 확고한 수익 기반 구축’이라는 사업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고객 중심의 마케팅 역량 고도화, 수익성 개선을 통한 지속성장 기반 구축, 보험 산업 환경변화 적극 대응, 농업인·농업과 상생발전 추진 등을 핵심 추진과제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오 사장은 정책보험 활성화를 통한 실적개선에도 힘을 쏟아 보험업의 본질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교체 가능성’ 거론되는 CEO들, 변화 키워드는
3월에 임기 만료를 앞둔 보험사 사장들 가운데 향후 거취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곳은 이제 8곳뿐이다.
그 중 눈에 띠는 실적 개선으로 그룹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메리츠화재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한화생명 차남규닫기차남규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등은 무리 없이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예측이다.
DB손해보험 김정남 사장 역시 호실적을 통해 보험업계 최장수 CEO 자리를 노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DGB생명, KDB생명, 동양생명 등의 보험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보험업계로부터 CEO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임기 중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DGB생명 오익환 사장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다. DGB생명은 지난 2015년 1월 DGB금융의 자회사로 영업을 시작한 이후, 그는 초대 사장을 맡아 경영 정상화와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해왔다.
초기에는 사업비 축소 등 오익환 사장의 경영전략이 맞아떨어져 흑자를 거뒀던 DGB생명이지만, 최근에는 사업 확장 단계에서의 지출 증가와 해외투자 확대로 예전만은 못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DG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익환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점치고 있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그가 2015년에 보여줬던 위기관리 능력을 높게 점치며 조심스럽게 연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3일 서울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인 DGB금융이 박인규닫기박인규기사 모아보기 DGB금융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 굵직한 이슈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기본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KDB생명 안양수 사장 역시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KDB생명은 현재 사장 연임 이슈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16%의 지급여력 비율로 금융당국 기준치인 150%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생명보험업계 전체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538억 원으로 적자였으며, 영업이익률도 -3.4%로 전년 대비 4.31%포인트 하락해 전체 수익률도 악화됐다.
특히 최근에는 퇴직연금 신계약도 크게 줄면서 수입보험료 감소율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악재에 KDB생명은 모기업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연이은 유상증자를 받아 구멍을 메우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적자 기조가 계속되다보니 매각조차 이뤄지지 않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자구책들도 생각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KDB생명은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고 말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양수 사장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킬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올해가 KDB생명의 사운을 결정할 운명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생명의 경우 작년 상반기 보험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의 악몽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양생명 구한서 사장은 상반기 높은 실적과 안방보험의 지원으로 인해 육류담보대출 사건의 위기를 적절하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사건의 여파까지 오롯이 극복하기에는 힘이 모자랐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건 이후 동양생명은 가중부실자산 증가 및 당기순이익 감소 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그룹 측 인사인 뤄젠룽 부사장이 9월 동양생명의 공동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을 두고, 구한서 사장의 임기가 끝나면 뤄젠룽 사장의 단독 체제가 출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