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PC그룹
이에 따라 불법파견으로 판단된 제빵기사 총 5300여명 중 약 30%에 해당하는 1700명의 제빵기사 의견이 한 데로 모여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다만 SPC가 대화는 환영하나 교섭 형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불법파견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18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양측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나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문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본사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점을 찾았다.
이날 회동에는 문현군 한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 위원장과 임영국 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사무처장이 각 노조를 대표해 참가했다. 두 노조의 의견을 중재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과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양대노조는 이번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사태의 유일한 대안이 본사 ‘직접고용’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한국노총 1000여명, 민주노총 700여명 총 1700여명의 제빵기사들과 본사의 대화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월 17일 전국화학섬유노조 소속 파리바게뜨지회를 출범하고 본사의 직접고용만을 주장해왔다.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제빵기사 약 1000여명의 가입을 확보해 노조를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 측이 확보한 제빵기사들이 대부분 본사 직접고용 포기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대 노조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한국노총 소속 제빵기사들이 이미 본사 직접고용 거부의사를 밝힌만큼, 기존 노조와는 타협적인 자세로 사측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대화를 중재한 이남신 소장은 회동이 끝난 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에 대해 시정지시를 했으므로 파리바게뜨 본사가 이행당사자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직접고용이 원칙이라는 데 대해 양대 노조의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양대 노조는 조만간 본사에 공동교섭 방식의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조는 파리바게뜨 가맹본사와 협력회사, 가맹점주협의회는 각각 3분의 1씩 출자한 합자회사 ‘해피파트너즈’를 통한 제빵기사 고용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고용부의 감독 결과 불법파견업체로 간주된 협력사가 포함돼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기존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제빵기사들이 직접고용 포기서 작성과 합자회사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본사 및 협력회사의 강압 등 부당행위가 있었다는 사례를 들어 해피파트너즈 추진 중단도 촉구했다.
(좌측부터)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신인수 민주노동법률원 변호사, 임영국 섬유노조 사무처장, 임종린 섬유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신미진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SPC 측은 지난 6일부터 본사 직접고용 포기서를 작성한 제빵기사들을 상대로 해피파트너즈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SPC는 지난 1일 기준 관련 제빵기사의 70%에 해당하는 3700여명의 본사 직접고용 포기서를 확보했다.
제빵기사들의 소속이 해피파트너즈로 변경될 경우 사용사업주는 SPC가 포함된 합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파리바게뜨는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앞서 고용부도 본사 직접고용을 포기한 제빵기사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SPC가 납부할 과태료는 기존 53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SPC는 아직 두 노조로부터 공식 대화요청이 없는만큼 상황을 계속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화테이블에 노조가 반대하는 협력회사의 제외여부와 총 제빵기사 중 약 30%에 불과한 양대 노조의 교섭 지위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SPC 관계자는 “양대 노조와 모두 대화를 긍적적으로 받아드린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본사와 협력회사, 가맹점주, 제빵기사 등 4자 모든 이해 관계자가 포함된 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