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5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오는 22일 롯데일가 경영비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내달 26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있다. 검찰은 두 사건에서 신 회장에게 총 14년을 구형했다.
◇경영비리와 뇌물공여…14년 구형
롯데일가 경영비리 사건에서 신 회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아버지인 신격호닫기신격호기사 모아보기 총괄회장 역시 95세의 고령임에도 불구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 형제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징역 5년에 벌금 125억원을 구형받았다.
해당 사건 결심 공판에서 신 회장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바로잡아 투명으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최후의 변론을 했다.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취지의 변론이다. 이어 그는 “기회가 온다면 롯데그룹이 우리나라의 어느 기업보다 깨끗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14일 최순실 국정농당 사건 1심 결심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재승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동안 롯데 측은 지난 7월 감사원 조사결과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월 31일 시내면세점 추가를 이행하겠다는 보고를 했다는 점을 들어 출연 재원의 뇌물 의혹을 부인해왔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시기는 그해 3월로, 시내면세점 추가 결정이 이미 이뤄진 뒤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은 애초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을 강요받은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이 70억원의 성격을 뇌물로 판단하면서 기소로 상황이 급변했다. 신 회장 측은 결심공판에서 재단 출연금은 정부의 준조세성 지원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상반된 롯데 측과 검찰의 주장에서 재판부는 롯데의 70억원의 재원 추가 출연 과정에서 신 회장의 자발적 의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임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롯데그룹 제공
◇‘뉴롯데’ 좌초·일본 롯데 경영권 약화 우려
신 회장의 실형은 곧 롯데그룹의 총수부재 현실화를 뜻한다. 이에 따라 올해 창립 50주년을 통해 선포한 비전 ‘뉴롯데’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롯데지주 대표는 신 회장과 함께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만일 신 회장의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황 사장이 이를 메꿔야하는 위치지만, 황 사장 역시 징역 5년을 구형받아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롯데지주는 올해 4월까지 남은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해야한다. 아울러 현재 롯데지주에 편입된 자회사 42개 외에도 롯데케미칼 등 핵심 사업들의 지분매입 등을 통해 편입계열사 수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걸었지만, 오너 공백의 상태에서 이 같은 작업은 부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롯데지주의 출범 목표인 호텔롯데 상장작업도 어렵게 될 전망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일본 자본이 99%를 차지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비리 혐의로 신 회장이 기소되면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에 따른 회복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롯데는 정부에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한 대가로 중국의 집중 보복을 당해야 했다. 지난달 중국이 일부 금한령을 해제할 때도 “롯데와의 협력은 전면 금지한다”는 단서를 달았을 정도로 실타래가 꼬여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번 문재인 대통령 방중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순실 사건 결신공판과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원준 롯데 유통 BU장(부회장)과 강희태닫기강희태기사 모아보기 롯데쇼핑 사장이 대신 참가했지만,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회장과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부회장 등 총수가 참석한 것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실형이 일본 롯데 경영권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일본 기업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1%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종업원지주회(27.8%)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일본 경영권을 장악해왔다.
신 전 부회장 역시 실형을 면치 못할 경우 일본 롯데는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공동대표 등 일본에 뿌리를 둔 전문경영인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현재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지분은 99%에 달한다. 신 회장은 이 지분을 낮추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의 부재 시 롯데가 달고있는 ‘일본 기업’ 꼬리표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총수에 대한 일벌백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신동빈 회장도 낙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롯데는 삼성과 달리 전문경영인보다 총수에 대한 집중도가 크기 때문에 실형 시 재계 5위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