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1일부터 삼성화재 등 4개 손보사 GA 실태 점검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금융감독원이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NH농협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4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영업 및 사업비 운용실태 부문검사에 착수한다.

이번 현장 실태 점검에서 GA채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GA가 보험사 상품을 팔면 보험사는 해당 GA에 상품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한다. 여기에 보험사는 영업 촉진 차원에서 특별수당에 해당하는 시책을 지급한다.

그런데 최근 손보사들끼리의 시책 경쟁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보험료의 4배에 달하는 시책을 현금으로 지급한 경우가 발생하면서 수수료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7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장기보험 사업비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손보사를 대상으로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의 장기보험 사업비 체계와 영업채널별 수수료, 시책 지급 기준 등을 점검한 것이다.
이번 검사는 당시 손해보험사들로부터 받은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NH농협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4개 손해보험사가 GA에 제공한 시책의 운용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높은 시책이 이 같은 과열 경쟁의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례로 메리츠화재는 지난 5월 판매수수료 외에 월납보험료 400% 수준의 높은 시책을 GA에 제공하기로 한 뒤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월 보험료 10만원에 해당하는 상품을 판매하면 설계사에게 40만원의 특별수당이 돌아가는 식이다. 이에 힘입어 손해보험사 가운데 자산규모 5위권에 속하는 메리츠화재의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점유율은 8월부터 10월까지 삼성화재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했다.

또한 메리츠화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5개사 중 GA 의존도 역시 가장 높다. 이는 메리츠화재의 주력 상품이 설계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장기보장성 인보험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다른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이 메리츠화재를 따라 350~400%대의 높은 시책을 제시하고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책이 높아지게 될 경우 영업 및 사업비가 증가해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증가하게 되고, GA들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불완전판매나 꼼수계약 등을 자행할 가능성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과열된 경쟁구도를 식히고자 지난달 시책을 200%대로 낮추고 현물 시책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들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불붙었던 출혈경쟁이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삼성화재는 보장성보험에 대한 시책을 최대 200%로 정했으며, 10만원 상당의 현물 시상을 더했다. 현대해상 역시 200%의 시책과 더불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월납보험료 누계 50만 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에게는 현물 시책으로 금 5돈을 주기로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책 하락 요인에는 경쟁 완화의 목적도 있지만, 연말이 되면 보험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므로 불필요한 영업비를 줄이기 위해 시책을 줄이기도 한다”며 하락 요인을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시책 경쟁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며, 시책 비율을 200% 선으로 맞출 것을 요청해왔다. 시책 출혈경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는 했으나, 내년에도 IRFS17 도입을 앞둔 보험사들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예비 조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내년 데이터 확보를 위한 예비조사 및 자료수집이 목적이며, 구체적인 권고나 징계는 없을 것 같다”며 조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