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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화재, 설계사 노조 설립 어려운 이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7-12-04 00:00

실적 차등 인센티브 설계사간 이해 달라
삼성그룹 ‘무노조 원칙’ 고수 관리 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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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이전된 삼성생명 서초 사옥.

▲ 2016년 8월 이전된 삼성생명 서초 사옥.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삼성그룹이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로 지배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무노조 원칙을 지켜오던 삼성 계열사에 기업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보안전문업체 삼성에스원 노조는 지난 8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 필증을 받았으며, 같은 달 14일 식품업체 삼성웰스토리 노조 역시 단위 독립노조 자격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추가로 개별 노조가 결성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고 규모가 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두 회사는 금융 계열사로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다른 생·손보사들에 비해 1만 명 이상 많은 설계사들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독립 노조를 설립하고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할 경우 적잖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회사와 직원들,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눈치다.

삼성화재 대리점 지점장 A씨는 “다른 대리점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가지고 있지만, 노조에 가입하겠다거나 활동 중인 설계사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소속 설계사 B씨 또한 “개별적으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러 있지만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역시 삼성 계열사의 노조설립 건에 관해서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쪽 입장도 비슷하다. 관계자는 노조에 관련된 소식은 듣지 못했으며, 독립 노조가 설립되려면 그 과정도 복잡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업계 1위 규모.. 하나로 뭉치기 힘들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생명보험·손해보험 업계에서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각각 큰 격차로 업계 1위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만큼 회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의 숫자 역시 각각 4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수를 자랑한다.

삼성 보험사들은 전국적으로 수 십 개에 달하는 지역단과 수 백 개의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현재 비정규직의 일종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법적으로는 자영업자에 속하나 회사의 지시를 받는 반 정규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모든 설계사들이 좋은 실적을 낸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실적이 뛰어난 인원이 있는가하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는 인원도 분명히 존재한다.

삼성화재 설계사의 설명에 따르면 설계사들은 판매 실적에 따라 8개 급수로 평가를 받으며, 실적에 따라 차등화 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최고 등급을 받은 설계사는 억 단위의 연봉을 받고, 최하 등급의 설계사는 그에 못 미치는 연봉을 받게 되는데다가 이 상태가 누적되면 경고나 불이익을 받게 되는 식이다.

이렇다보니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설계사들의 설명이다.

만약 독립 노조가 설립되고 설계사들이 개인사업자에서 삼성 보험사의 근로자 자격으로 전환되면 설계사들은 사업소득세보다 높은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복수의 보험설계사들에 따르면,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 설계사들은 굳이 노조를 설립해서 단체행동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 노조에 관심이 적지만, 그렇지 못한 설계사들은 노동권 안정 등을 이유로 노조 결성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따라서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노조의 필요성을 두고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그룹의 ‘무노조 원칙’, 어떻게 가능했나

삼성은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선대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이 원칙은 최근에 와서 조금씩 깨지고 있지만, 여전히 삼성그룹의 주요 경영 방침으로 꼽힌다.

무노조 원칙은 노동자들의 활동권을 제한하는 뉘앙스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조가 필요 없을 만큼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삼성의 복지수준과 근무환경, 임금 수준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평균 이직률은 2017년 상반기 기준 2~3%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관계자는 소속 설계사 및 직원들과 임원들 간 소통도 잘 이뤄지는 편이며, 직원들의 요구사항은 되도록 들어주거나 절충을 해서라도 수용하는 방침을 쓰고 있어 설계사나 직원들의 불만도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근무환경이 좋은 것과 노조 설립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상 노동자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는데, 그것을 회사 차원에서 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현재 특수고용직 위치에 있는 보험설계사들은 노동3권을 적용받지 않지만, 근로자로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노동3권과 노조 설립을 둘러싸고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노조 설립 목소리 나오는 이유는

삼성그룹의 무노조 원칙과 설계사들 간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권의 보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연합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보험설계사 특성상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연합 관계자는 “당장 보험설계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3권 보장을 통해 상대적 약자인 설계사들에게 자기방어수단을 제공해달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2014년 고비용·저효율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SA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사건이 있었다.

그 결과 600여명이었던 설계사 인력이 150명으로 대폭 축소됐으며, 나머지 설계사들은 회사를 떠나 독립 보험대리점(GA) 등으로 이동하거나 아예 이직을 선택해야 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설계사들과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었다.

삼성생명 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당시 삼성생명은 구조조정에 대해 “인사 적체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었고 직원들 수요도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연합 관계자는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설계사들의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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