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은행채 발행액은 33조4867억원으로 1분기(25조2469억원) 대비 33% 가량 크게 늘었다.
올 1월 7조원대였던 은행채 발행 규모는 2분기 들어 4월(8조5345억원), 5월(11조7700억원), 6월(13조1822억원)으로 급증했다.
상반기 은행채 발행 증가는 지난 7월 은행업무감독업무시행세칙이 개정되면서 LCR 규제가 강화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LCR 규제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부문의 자본 규제를 강화한 ‘바젤III’ 단기유동성 규제다. 은행이 1개월간 지속적인 자금유출에 흔들리지 않고 대비할 수 있도록 고유동성자산(HQLA)을 일정 비율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은행들에 2017년 기준 LCR 최저규제 비율로 90%를 맞추도록 하고 있으며, 매년 5%씩 기준을 높여 오는 2019년 100%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들은 LCR 분모에 들어가는 영업적 예금의 기준이 높아지는 규제로 현금 이탈률이 상승해 LCR이 10~15% 가량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분기에 채권 발행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채권 발행 재원으로 고유동성자산을 확보했다.
7월 규제 이후에도 은행채 발행 규모 증가세가 지속된 것은 향후 금리 전망 요인이 꼽힌다. 국내은행들은 이미 2015년 말 이후 LCR 100% 기준에 부합해 왔고 상반기 은행채 발행을 통해 LCR 규제 비율을 맞추는 데 큰 문제가 없던 터였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은행채 발행액은 LCR 규제 강화가 시작된 7월(11조910억원)을 비롯, 8월(9조6220억원), 9월(13조1416억원)으로 2분기 수준 발행량을 이어갔다.
또 은행채 발행을 몰고온 요인으로는 은행권 대출 수요도 꼽힌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 방침이 예고된 만큼 6·19대책과 8·2대책에 앞서 선대출 수요가 발생했다. 대책 이후에는 주택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 수요로 옮겨갔고 은행들의 채권 발행 수요도 높였다.
LCR 충족을 위한 은행채 대규모 순발행은 일단락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자산·부채 현황에 따라 변동하겠지만 4분기중 발행물량의 지속적 증가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 조달을 통해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했고 4분기 중 금융채 만기도래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 등 전반적으로 대규모 자금 수요는 3분기를 기점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국내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유입, 대북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수요·공급의 방향을 일방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4분기에 대출수요 축소가 예상되고 은행채 기발행 규모를 감안하면 향후 조달규모는 2~3분기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발행 물량은 대출금 추이 등 자금수급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채권 애널리스트는 “관건은 10월에 계획돼 있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공급처 입장에서는 자금 확대의 필요(니즈)가 있기는 하지만 발행 시기를 그때그때 조절할 필요가 있어서 (은행채 발행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