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실시하는 리콜대상 차량은 현대차 쏘나타LF, 기아차 모하비 등 12개 차량 총 23만8321대다. 문제는 리콜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늘어나는 데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속 진행중인 내부 고발자의 리콜뿐 아니라 기본적인 리콜도 겹쳐 있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현대차그룹에 갖는 부정적 인식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함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발적 리콜이던, 국토부의 권고에 따른 강제적 리콜이던, 리콜이 많다는 것은 완성차가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출고됐다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아무리 긍정적으로 본다고 해도 품질 제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차를 판매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브랜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소비자들이 차량 가격이 비싸도 수입차를 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안전’이다.
현대·기아차도 예전과 달리 안전사양 기술력이 많이 좋아졌고, 그에 따른 차량 가격도 올랐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사고가 났을 때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수입차와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현대·기아차 구입 자체를 꺼릴 수도 있다. 잦은 잔고장과 사고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나 동호회 등에서 나오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품질문제를 넘어 오만가지 불만을 분명 알고 있다. 소비자가 불편해 하는 부분을 해결하면서 의견을 적극 사업에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현대차는 지난 2월 영업전략실을 신설했고, 기아차는 지난해 2월 만들어진 소비자 전담 조직인 국내커뮤니케이션팀을 중심으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고객 껴앉기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 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특히 이번 리콜사태처럼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되는 문제라면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딜러들은 “실제 방문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리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며 “안전에 관한 문제를 우리가 대변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 딜러들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빨리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내용이 담긴 고객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안내문조차도 현장에 내려오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입버릇처럼 품질 경영을 강조한다. 그런데 현대차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품질경영은 말뿐이다. 실속없는 빈말을 하는 것보다 영업현장에서 나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결정권자까지 잘 전달되는 원활한 소통 창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물론 기업의 소통력은 세세한 곳까지 미치지 못한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배려의 문제다. 현대차그룹이 소비자들에게 배려가 담긴 따뜻한 소통을 기대해본다. 그 시점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최천욱 기자 ob2026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