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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면세점 업계의 전체 매출은 1조 59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매출보다 18.8% (2457억) 줄어든 수치이다.
국내 면세점 업계의 매출은 올해 1월 1조 1288억 원, 2월 1조 3050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방한 중국인이 감소하며 그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 1720만 명 중 46.8% (806만 명)이 중국인에 해당했다. 지난해 면세점 전체 시장 규모 12조 3000억 원 중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은 8조 6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 비중의 70%를 차지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 관광 금지가 시행된 지난 3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39.1% 감소했고 면세점들의 매출도 전월보다 쪼그라들었다.
면세점들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면세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면세점 임대료의 일시 감면과 내국인 구매 한도 폐지의 요구 등이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며 지방에 위치한 중소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청주공항에 입점한 시티면세점은 선불로 지급해야할 4월 임대료를 공항 측에 내지 못했다. 이달 부터는 직원 절반을 대상으로 유급 휴가를 시행하고, 직원들은 유급 휴가 동안 급여의 80%만을 지급 받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의 DF3 구역 또한 면세업계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유찰되는 사태를 맞았다. 인천공항공사는 17일(오늘) 6시까지 DF3 구역의 입찰 신청을 받지만 현재까지 입찰의사를 보인 기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신라면세점), 신세계디에프, 한화갤러리아등 4개사는 인천국제공항 T2 면세점 내 DF1(화장품), DF2(주류·담배·식품) 구역 입찰에 나섰지만 패션과 잡화를 판매할 수 있는 DF3 구역의 입찰은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높은 임대료 (646억 원),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와 관리의 난항 등이 입찰 포기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면세업계는 급작스런 업황 악화에 따라 관광객들의 국적을 다변화 하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등 자구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장 중국인 관광객들의 부재를 대신 하기에는 이같은 움직임이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무슬림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는 있으나 이들의 객단가가 중국인 관광객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 이라며 “각고의 노력에도 매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에 줄지어 오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버스 행렬이 끊긴지 오래이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신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국산 화장품을 위주로 구매해 가며 생각보다 큰 매출 감소는 피하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관세청은 최근 악화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규면세점 사업자들의 영업 개시일을 연기하기로 했다. 또한 면세점 매출 감소 추세에 따라 특허수수료 납부 기한의 연장과 분할 납부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개장 연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디에프 측은 “예정대로 올해 안 개장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나, 개장 연기 허용 방침이 정해진 만큼 관련 사안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면세업계가 사드 후폭풍에 직면한 가운데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혀 바잉 파워를 키우고, 이를 통해 원가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데서 면세점의 해외 진출은 중요하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에 편중된 데서 벗어나 관광객을 다변화 하기 위해서도 면세점의 해외 진출은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먼저 롯데면세점 태국법인은 오는 7월 태국의 수도 방콕에 시내면세점을 오픈한다. 이는 지난해 3월 일본 도쿄 긴자에 면세점을 오픈한 이후 1년 4개월 만이며 이로써 롯데면세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점과 공항점, 일본 도쿄 긴자점과 간사이 공항점, 괌 공항점에 이어 방콕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롯데 측은 현재 글로벌 면세업계 순위 3위인 롯데면세점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도 방콕 면세점 개점이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3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2015년 기준 총 37억 5000만유로의 (4조6400억 원 상당) 매출을 올리며 미국 DFS 그룹에게 근소한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줬다. 2015년 DFS는 37억 7000만 유로의 매출을 거뒀다.
호텔신라는 최근 홍콩 쳅락콕 국제공항의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며 인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어 아시아 3대 국제공항 내 화장품과 향수 구역 영업권을 모두 획득했다. 쳅락콕 공항 내 사업장은 올해 연말 개장할 예정이며, 2024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12년부터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마카오 국제공항 등 공항면세점을 중심으로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태국 푸켓에 시내면세점을 오픈했다.
이달 말에는 일본 유통업체 다카시마야(高島屋), 전일본공수(ANA) 계열의 전일본항공상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시내면세점을 일본 도쿄 신주쿠에 연다. 호텔신라는 기존 해외면세점들에 홍콩공항 면세점 까지 더해지면서 연간 해외 매출 1조 이상의 달성을 넘보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재 해외 면세점에서 5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홍콩 국제공항이 추가로 문을 열 경우 5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면세업계가 처한 상황을 두고 1990년대 일본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면세점 폐업이 속출 했던 이른바 ‘버블 붕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허가제로 시작했던 국내면세점은 1986년 신청제가 도입되며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개최를 거치며 성업해왔다. 외국인 관광객 붐에 힙입어 1989년에는 전국의 시내면세점 수가 29개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장규모에 비해 면세점의 수가 많은데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 층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의 시대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 경기가 붕괴되며 국내 면세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1990년에 부산의 신라면세점, 서울의 파라다이스면세점 등이 문을 닫았다. 이후 1996년 10곳이 문을 닫았고 이어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시내면세점은 11개까지 감소했다. 이후 2003년 한진이 면세점 특허를 반납했고, 2010년 AK(애경) 도 적자 폭이 커지며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2010년대 초 중국 내 한류열풍이 절정에 치닫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인 관광객들의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2015년 상반기 6개에 그쳤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올해말이면 13개로 증가를 앞두고 있다. 개점을 앞두고 있는 서울 시내 면세점은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 탑시티 면세점이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