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한국투자증권은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호 사장에 대한 재선임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최연소 CEO에 최장수 CEO 타이틀을 더하게 됐다.
유 사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일은행에 입행했지만 1년 반 만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석사과정(MBA)을 수료 후 대우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업을 시작한 유 사장은 1992년부터 7년간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국제적 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메리츠증권에 몸담았고 2002년에는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유 사장은 지난 2007년 당시 47세로 CEO자리에 올라 최연소 사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여러 건의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초강수를 뒀다. 한 지점에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이동 발령을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 영업수익으로 2100억원을 달성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 전체 실적의 3분의 2가 IB에서 나왔다.
전체 수수료 수익 중에선 IB 수수료에서 25.5%인 1406억원을 거둬들였다. 초대형IB 원년이 될 올해 유 사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와 함께 새롭게 추가되는 발행어음 업무를 대비해 연임이 결정됐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기자본 4조원 증권사로 거듭난 한국투자증권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호실적을 보였다. 업황이 좋지 않았던 작년에도 당기순이익 2372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상위권을 유지했다.
현재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곳으로 2분기 초대형IB 방안이 실현되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유 사장은 올해 신년 화두로 “새롭게 허용되는 발행어음 업무를 비롯해 IB분야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발생되면서 자본시장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새로운 사업기회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 외국계 증권사에는 이같은 장기 CEO들이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의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해왔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이사회 의장의 경우 2005년부터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유 사장 외에도 교보증권 김해준 대표, 키움증권 권용원닫기권용원기사 모아보기 대표,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대표 등도 증권가 장수 CEO로 통하고 있다. 이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아 이번 유 사장의 연임을 비롯해 증권가 CEO들의 연임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 사장은 연임 소감에 대해 “매일 평가 받는 증권업계에서 10년 연속 재신임을 받은 것에 대해 임직원 모두 힘을 합쳐 회사가 큰 성장을 해온 결과라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초대형 IB대전이 시작되는 2017년 올해를 CEO 11년차가 아닌 새로운 출발의 1년이라고 생각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장기적인 전략 하에 전 임직원들의 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을 향해 매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