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위상이 처참히 무너진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9월 촉발된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로 전경련은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다. 사태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개최된 회장단 회의는 과거처럼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고, 지난 6일 삼성전자의 탈퇴원 제출 이후 회원사들의 탈퇴 러시는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전경련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이사회(2월 15일)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고, 정기 총회(2월 23일)도 15일 뒤 열린다.
전경련은 현재 쇄신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 발생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부터 쇄신안 마련에 착수,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회계법인에게 컨설팅도 받았다. 전경련이 직접 발표하지 않았지만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해리티지 재단 등 다양한 쇄신방안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돼왔다.
그러나 전경련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해체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승철 부회장의 고액 퇴직금 논란 등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 결과 정경유착의 적폐인 전경련은 해체해야 하며, 전경련 해체로 인해 기업인들의 소통창구 부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여러 시민단체들은 전경련을 해체해도 충분히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간 전경련으로 인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가 이원화됐으나, 향후 역할 변경에 따라서 대한상의가 전경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해체 돼야 하며 회원사들은 회비 납부 중단이 아닌 탈퇴라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검의 수사도 전경련이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핵심축이었던 사실을 직시하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약 60년 동안 국내 재계의 ‘맏형’을 자처했던 전경련은 이제 낭떠러지에 서있다. 쇄신안 마련에 충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론이 전경련의 쇄신안을 받아들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로 시작된 삼성그룹의 전경련 탈퇴는 향후 회원사들의 ‘탈퇴 러시’를 예고한다. 수습할 수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핵심고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역사 속으로 퇴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데드라인이 임박한 전경련은 그 어떠한 타개책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