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겸 두산그룹 부회장, 박서원 두산 유통전략담당 전무.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올해에만 9조 원 가량의 수주를 따냈다. 반면 박서원 두산 유통전략담당 전무는 지난 9월 기준 270억 원에 달하는 면세점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두타면세점은 당초 매출 목표액을 5000억 원으로 잡았으나 지난 5월 프리오픈을 앞두고 하향 조정 했다. 올 연말까지 1000억 원대 초반의 매출을 기록할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로 박서원 전무와 함께 면세점의 수장 역할을 했던 이천우 두산 유통부문 부사장은 지난 11월 경질됐다. 또한 두타면세점은 이달 초, 당초 새벽 2시였던 면세점 영업 종료 시간을 자정으로 변경하며 심야 쇼핑 서비스도 철회했다.
반대로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그룹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인도에서 2조 8000억 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했으며, 지난 10월에는 1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복합화력’과 9500억 원 규모의 ‘필리핀 수빅 화력발전소’를 수주하는 등 4분기에만 5조 원 이상을 수주 성과를 올렸다.
두 오너의 명과 암은 향후 두산의 후계 구도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 창업회장의 맏손자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닫기박정원기사 모아보기 현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이며, 박서원 전무는 박 창업회장의 5남인 박용만닫기박용만기사 모아보기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두산은 ‘형제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3세의 경우 박용곤 회장을 시작으로 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 회장까지 회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때문에 4세시대로 접어든 두산은 3세의 장자들이 돌아가며 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 경우 박정원-박진원-박태원-그리고 박서원의 순으로 총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은 두산 3세중 3남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성추문에 휘말려 현재는 자리에서 물러나 있다. 박태원 두산건설 최고운영책임자 COO·사장은 두산 3세중 4남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하지만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경영에서 물러나고, 박서원 전무가 운영 중인 두타면세점이 대대적 영업 손실과 함께 특허 반환설, 현대면세점으로의 면세점 인력 대거이탈설 등에 시달리며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장자가 아닌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향후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신 그룹 안팎에서는 3세의 장자들이 돌아가며 회장직을 잇는 것이 아닌 지주회사인 ㈜ 두산의 지분 구조에 따라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두산의 지분은 박정원 회장-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 순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 지분의 6.4% 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4.27%를 보유중이다. 한때 이들 형제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던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은 3.3%라는 ㈜두산 지분의 보유에도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무난하게 차기 회장직을 이을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두산은 박정원-박지원 간의 형제경영을 자연스럽게 굳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이들 외에도 두산의 4세들은 경영 일선 곳곳에 포진해있다. 박정원 회장의 여동생은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으로 보그와 지큐 등 유명 패션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은 두산 3세중 3남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2남이다.
두산 3세의 4남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은 박태원 두산건설 최고운영책임자 COO·사장 이외에도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등이 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