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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20년, 수익 못내는 은행들

신윤철 기자

raindream@

기사입력 : 2016-09-05 10:34 최종수정 : 2016-09-05 17:45

전문인력 태부족 해외 네트워크도 취약
선진국 실패·중국 정체, 동남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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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20년, 수익 못내는 은행들
[한국금융신문 신윤철 기자] 해외로 진출 중인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 점검이 필요하다. 미·영·캐나다 등 금융선진국에선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 다퉈 진출했던 중국 시장도 상승세가 꺾이는 추세다. 최근 은행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출하는 동남아 시장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시중 은행별 자회사 현황’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당기순이익 비교가 가능한 해외 자회사 27곳 중 16곳의 실적이 정체됐거나 감소했다.

◇ 수익 못 내는 해외 자회사들

자료를 보면 미·영·캐나다 등 금융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선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중국 등 신흥 시장의 성장 둔화세가 보인다. 해당 자료는 금감원에 제출하는 업무보고서 B5102(자회사 경영평가)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이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자회사들의 명단이 포함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해외 자회사들이 대부분 자산 규모대비 당기순이익 규모가 적다. 아메리카 신한은행의 경우 2015년 기준 총자산 1조 1517억원에 당기순이익은 36억원 이다. 신한은행 (중국)유한공사의 경우 14년 대비 15년 당기순이익 규모가 30%가까이 줄었고, 16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 4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캐나다신한은행도 당기 순이익이 매년 당기순이익 규모가 큰 변화없이 정체된 상태로 20억원 미만을 기록 중이다. 전체적으로 신한은행 유럽,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 나가 있는 자회사의 실적은 모두 좋지 않다.

국민은행은 홍콩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1억 원으로 전년 86억 원 대비 40% 감소했다.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의 경우 2014년 80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엔 85억 원의 적자를 냈다. 런던법인은 2013년부터 성장률이 제로 수준에서 정체 중이다.

하나은행은 중국과 캐나다 해외 자회사에서 실적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해외 자회사 중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중국 길림은행은 KEB하나은행이 16.9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2011년 2774억 원이었던 수익이 3년간 꾸준한 성장세로 4000억 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성장이 멈췄다. 올 상반기 실적은 32767억 원이었다. 주된 원인은 최근 급격한 중국의 성장 둔화가 꼽힌다.

캐나다법인의 경우 2012년부터 꾸준히 100억 원대 이익을 올리다 지난해 15억 원으로 축소됐다. 하나은행 해외 자회사 중 최대 감소 폭이다. 2016년 1분기 순익은 13억원으로 회복세이지만 100억원대 이익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현지 은행 지주사인 하나뱅코프는 2016년 1분기 마이너스 19억원을 기록했다.

◇ 해외 진출 20년, 노하우는 어디에

이제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시중 대형 은행 뿐 아니라 지방 은행들도 해외 자회사 형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어 은해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해외 시장이 떠오른 것이다.

국내 은행 해외 자회사들 실적이 경기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저조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해외 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해외 진출 역사는 20년이 넘었지만 초기 진출 단계부터 기본기를 쌓지 못했다. 기본기 부실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

초창기 해외 확장은 국내 수출 기업의 진출과 맞물려 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은행들의 기본 전략은 국내 기업의 전용 금융창구 역할이었다. 현지 대상 영업보단 국내 기업 위주다보니 해외 진출 국가도 수출 관련 대도시 등이었다. 미국 뉴욕과 LA, 영국 런던, 일본 동경,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14개국이었다.

해외 진출이 국내 기업의 지원이다보니 이익 규모 한계가 명확했다. 지난 1999년 말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9억6000만달러의 손해를 기록했다. 이 상태에서 외환위기를 맞자 국내은행은 해외에서 일제히 철수했다. 시대적 배경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노하우를 쌓지 못했다.

안방금융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국내에서 편하게 영업한다는 지적을 받던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로 반강제적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2010년이 지나면서 다시 해외로 관심을 돌렸는데 이유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들어서면서 예대 마진을 남기기 힘들어졌고, 국내영업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012년 말 142개였던 해외점포 수는 작년 말 167개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해외점포 총자산 규모는 2005년 276억달러에서 작년 말 882억달러로 덩치가 커졌다.

◇ 사례로 보는 전략 부재의 위험성

덩치는 커졌지만 은행 전략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미권 진출 시 이러한 단점이 두드러진다. KEB하나은행의 미국 내 손자회사인 BNB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손실을 기록했다. 매년 100억원씩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를 포함하고 있는 하나뱅코프의 2016년 1분기 실적도 19억원 적자다.

BNB하나은행은 1986년 미국 교민 중심 영업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2013년 8월에 하나금융이 지분 71%를 인수하면서 하나은행의 완전 자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2014년 234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약 100억원의 적자로 인수 이후 3년 연속 적자로 인해 누적 순손실은 300억원이 넘는다.

하나은행은 BNB하나은행을 인수한 이유로 미국 현지 진출의 교두보를 꼽았지만 인수과정부터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미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BNB은행의 총자산은 하나금융이 인수하기 전인 2012년 3억 3300만 달러에서 2014년 말 2억 7181만 달러로 줄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인수 전부터 미국 금융당국에 의해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BNB하나은행의 전 이름은 브로드웨이내셔널뱅크인데 이 회사는 2009년 부실경영을 이유로 미국통화감독청(OCC)와 경영정상화 이행 합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았고 2010년 미연방준비제도은행(FRB)로부터 같은 이유로 제재까지 받았다. 지난해엔 OCC에서 경영부실에 대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제재까지 받아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인수 전부터 해당 은행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하나금융은 인수 당시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인수 당시 외환은행 노조는 부실 인수라는 의견을 내고 인수에 반대했다. 실제로 BNB하나에 대한 인수금액은 정확한 액수가 알려지지 않았고 인수 이후 세부 영업 실적은 확인하기 힘든 상태다.

◇ 바뀐 해외 전략 성공할까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이러한 실패를 감안하고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일단 현지 영업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진출 형태 영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방식은 현지 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현지인을 대상으로 특정 영역부터 조금씩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자의 방식은 우리은행이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지난 5월 저축은행 WDB 투자승인을 받은 것을 들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내로 유상증자를 통해 저축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2월에도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소다라은행 지분을 인수해 출범시킨 바 있다. 후자의 방식은 신한은행 베트남 써니 마이카(Sunny MyCar) 서비스가 있는데 출시 2개월여 만에 신청금액 250만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진출국가도 다양해졌는데 선진국 대도시 위주로 진출했다가 성과가 미비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동남권 진출이 인기다. 동남권 진출을 기반으로 중동 및 유럽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바뀐 전략들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해외 진출의 성공 확률은 높지 않을뿐더러 진출국 입장에서 외국 자본이 자국 내 영향력을 늘리는 것을 마냥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소매 금융뿐 아니라 성장성을 확보하려면 현지 공공사업 등 규모가 큰 금융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데 이를 해내기엔 여전히 규모도 작고 신뢰도 부족하다.

동남권 진출도 은행을 가리지 않고 인기지만 단기적인 시야로 접근하면 2014년 미얀마 쇼크 같은 사태가 다시 올 수 있다. 미얀마 쇼크는 2014년 10월 미얀마 정부가 발표한 외국계 은행 지점설립 예비인가에서 국내 은행 3곳(국민·신한·기업은행)이 모두 탈락한 사태를 말하는데, 외환위기 이후 미얀마 지점을 모두 폐쇄했다가 미얀마 금융당국의 신뢰를 잃은 점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내 은행 해외 자회사들이 성공하기 위해선 과거의 실패를 본받아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진출 20년, 수익 못내는 은행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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