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1위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KT는 애플과 LG전자는 자매 회사인 LG전자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들 통신사가 지원금을 올리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경쟁사 가입자를 자사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통 3사는 자사의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방어 차원으로 공시지원금을 올리기도 하지만, 특정 단말기 제조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 합종연횡, 가입자 뺏고…재고 줄이고
이 같은 현상은 단통법 규제를 받지 않는 구형 고급 스마트폰에 집중되고 있다. 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도 특정 스마트폰에 집중되고 있다. KT의 경우 아이폰 공시지원금을 올리자마자 리베이트를 40만원 이상 지원해 번호이동 조건으로 아이폰6을 공짜폰으로 내놓았다.
KT에서 599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52만원의 공시지원금과 유통점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더하면 아이폰6(64GB)의 실구매가는 23만5800원으로 하락한다. 고객은 이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일부 매장에서 KT로 번호이동을 하면 무료 구매가 가능하다. 23만5800원이 불법보조금으로 구매자에게 지원되는 것. 이들 3사가 출시 직후 갤럭시S6, 아이폰6, V10 등 특정 업체의 고급 폰을 대량으로 들여왔지만, 생각보다 판매가 저조하자 재고 정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시지원금을 올리고 바로 해당 스마트폰에 불법 리베이트를 지원한 것은 특정업체를 선호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갤럭시S7과 G5에 대한 지원사격에 각각 나섰다. 고객이 SK텔레콤으로 번호 이동해 갤럭시S7을 살 경우 51만원을 할인받는다. LG유플러스도 G5 리베이트를 최대 45만원까지 책정했다.
◇ 새 스마트폰도 ‘짝 짓기’ 성행
이통사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나 KT는 LG전자 스마트폰의 보유 물량이 전체의 20% 내외지만, LG유플러스는 30% 후반대에 달한다”며 “KT도 아이폰의 물량이 많이 남아 재고정리에 나섰고, SK텔레콤도 갤럭시S시리즈 물량을 많이 들여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고객이 G5(32GB)를 개통할 경우, 현재 요금제 중 가장 비싼 월 10만원대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하면 SK텔레콤은 22만8000원, KT는 23만7000원, LG유플러스는 26만4000원의 공시지원금을 각각 받을 수 있다. 공시지원금의 15% 한도 내에서 적용되는 추가지원금까지 받으면 G5의 실구매가는 SK텔레콤이 57만3800원, KT가 56만3500원, LG유플러스가 53만2400원이다.
G5의 최저 판매가는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7(32GB)과 비교할 때 KT와 LG유플러스에서는 같고, SK텔레콤에서는 2만3000원 비싸다. G5와 갤럭시S7의 출고가는 83만6000원으로 같지만, SK텔레콤은 갤럭시S7에 대해 최고 24만8000원의 공시지원금을 준다. 월 6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할 때 G5의 실구매가는 SK텔레콤에서 69만2250원, KT에서 67만1600원, LG유플러스에서 65만6600원이다. 월 3만원대 요금 선택 시에는 SK텔레콤에서 77만2750원, KT에서 75만3200원, LG유플러스에서 74만5150원이다.
◇ SKT·갤럭시S7, 긴 입맞춤 지속
삼성전자의 갤럭시S7시리즈에 대한 이통 3사의 마케팅에 큰 온도차가 감지됐다. SK텔레콤은 다양한 단독 이벤트까지 마련하며 출시 직전부터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친 반면, LG유플러스와 KT는 덤덤하게 사전예약만 받는 수준인 것. 이는 자매 회사인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5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LG유플러스와 아이폰의 원조를 자부하는 KT의 입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자사 고객 가운데 ‘갤럭시S1’을 쓰고 있는 고객에게 ‘S레전드’상,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 6종을 모두 사용한 고객에게 ‘S매니아’상, 가족 전체가 갤럭시 S시리즈를 쓰고 있는 고객에게 ‘S패밀리’상 등을 각각 선물한 바 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일주일의 사전예약 기간만 설정했을 뿐, 별도 이벤트나 경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들 두 통신사가 갤럭시S7 마케팅에 손을 놓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통 3사가 갤럭시S7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각 사가 처한 시장 상황과도 관련 있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맺은 SK텔레콤이 갤럭시S7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가입자 확보에 나선 반면, 아이폰의 KT와 G5의 LG유플러스의 경우 단통법을 핑계로 몸을 움츠리고 있다”며 “아이폰5SE나 G5에 더 큰 기대를 가진 후발 사업자들의 행보와 삼성전자를 앞세운 SK텔레콤의 마케팅 결과에 따라 이통 시장 가입자 유치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ajtwls070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