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오른쪽)이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에게 그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제공=미래에셋증권)

11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대우증권 정관은 이사회가 등기이사만을 회장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회장은 당초 지난 7일 산업은행에 인수 잔금을 납부한 후 비상근 미등기 임원으로 대우증권 회장직을 맡아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작업을 지휘할 계획이었다. 박 회장이 비상근 미등기 임원으로 대우증권 회장에 취임하려면 정관을 먼저 바꿔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관 개정은 주주총회에서 가능한데, 대우증권 임시 주총은 내달 13일 소집돼 있다. 박 회장이 등기임원 자격으로 대우증권 회장직을 맡는다면 정관을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등기임원 선임도 주총 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내달 임시 주총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박 회장의 대우증권 회장 취임은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는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올 10월 1일을 목표로 추진되는 합병 작업에는 별다른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으로는 이미 대우증권 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박 회장의 공식 취임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박 회장은 지난 4일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을 비롯해 본부장급 임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으며, 홍 사장에게는 미래에셋 배지도 달아줬다. 업무보고 자리에는 조웅기,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통합 추진 관련 부서 임원이, 대우증권에서는 홍성국 사장과 임원 20여명을 비롯해 부서장급 임원 100여명 등이 참석했다. 업무보고는 이날을 비롯, 5일까지 진행됐다.
박 회장은 그럼에도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대우증권 회장 직함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 노조가 '미래에셋 배지 안 달기' 운동에 나서는 등 통합에 반발하는 정서가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고자 함이다.
대우증권 노조는 지난 8일 대우증권 노조는 "잔금을 치르기도 전 업무보고를 통해 피인수법인의 대표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상황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직원의 정서를 무시한 밀어붙이기 식 미래에셋 박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박 회장이 노동조합과의 만남을 배제한 채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할 것을 알렸다. 또 직원들의 요구사항 전달을 위한 상호 협상채널을 즉각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미래에셋 측이 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때까지 ‘미래에셋 배지 패용 안하기’ 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bridg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