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왼쪽)과 김동원 부실장(오른쪽)이 지난달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핀테크, 빅데이터, 활용 등의 해법을 논의했다. ▲ 현대해상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홈페이지 화면. 보험사는 핀테크와 연계한 상품 판매를 위해 CM 시장에 진출,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이 올해 경영 전략의 전면에 핀테크를 내세우는가 하면 온라인(CM) 채널 전용 상품을 출시하는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핀테크 활용 사업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핀테크 바람과 함께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모바일슈랑스’ 서비스도 늘고 있다. 이에 보험 상품 개발부터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소 거리감이 있던 보험업계에서의 핀테크는 상품개발 단계부터 판매 및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의 개장으로 보험업계는 올해 주요 사업계획 방안에서 빅테이터 및 인터넷 보험 등 핀테크 역량 강화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 핀테크 이용 고객 데이터 향후 기반으로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은 핀테크를 올해 핵심 경영전략으로 발표하고 신용대출상품, CM 상품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핀테크 전략을 발표한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인터넷 은행 설립 참여를 기점으로 핀테크 활용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분 10%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김승연닫기김승연기사 모아보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닫기김동원기사 모아보기 한화생명 전략지원실 부실장이 올해 초 신설된 핀테크팀을 이끌고 있다. 핀테크 이용고객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고객 기반을 늘리는 데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2일 2015년 경영 설명회(IR)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참여 등 핀테크 사업 전략을 다시금 강조했다. 최근 핀테크팀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서 핀테크 사업 육성 의지를 이어 보험사 중 처음으로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생명은 IT회사와 함께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신용등급 4~7등급인 고객을 더욱 세분화해 그 중 우량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대출 신청고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검색 기록 등을 데이터로 종합해 신용등급에 차별을 둔다는 점이 특징이다.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빅데이터를 활용, 신용우수자를 선별해 대출금리에 미세한 차이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대출 신청고객의 정보공개 동의에 한해 이뤄지며, 평균금리는 연5~12% 수준이다.
삼성생명도 핀테크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9일 경영실적 발표회(IR)에서 올해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핀테크 보험시장 선점을 발표한 바 있다. 온라인 보험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보험사에 집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IT기반의 ‘보험+건강관리 서비스’ 사업을 구상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는 보험사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법적인 문제 등과 연관돼 중장기적 계획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생명도 조직개편을 통해 IT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IT지원본부’와 온라인 보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모바일비즈니스본부’를 총괄하는 ‘디지털비즈니스 부문’을 신설, 온라인 보험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생명은 변화하는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및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시너지부를 신설했다. 신한생명은 올해 전략목표를 ‘가치 경영의 확산, ACTION 2016’으로 수립하고 △완전판매 문화 정착 △유지율 제고 및 보장성 확대 △생산성 제고 △미래역량 확보를 중점 추진한다는 목표다.
올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설정한 것은 신한금융지주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시무식을 통해 디지털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 2016년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신년사에서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디지털시너지부를 신설해 모바일 및 인터넷 보험 등 디지털 금융 관련 역량 강화와 함께 그룹 내 융복합서비스 발굴 등 시너지를 강화하고자 한다”며 “행동하지 않으면 어떠한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위호성(弗爲胡成)’의 자세로 가치경영의 달성을 향해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한생명은 편리한 핀테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2년 6월 전자서명기능을 더한 스마트 전자청약시스템을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웹 방식의 운영시스템을 도입해 갤럭시탭, 아이패드 등 다양한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안기능도 대폭 강화해 문서 위·변조를 사전에 방지했다.
기존 설계사와 텔레마케팅(TM) 위주의 영업을 펼쳐 온 데서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와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모바일로 옮기는 곳도 있다. 온라인 전업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국내 생보사 최초로 지난해 4월 모바일슈랑스를 도입, 기존에 모바일 상에서 보험 상품 설계에 한해 가능했던 데서 보험 가입, 보험금 청구 등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플랫폼을 구축했다. 편의성의 증대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의 전체 청약 중 모바일을 통한 청약 비중이 약 23%에 달했다.
◇ 규제 완화로 모바일 유입 비중 확대 전망
보험은 증권, 은행, 카드 등 타 금융권에 비해 핀테크 도입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손보사들은 지난해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의 출범으로 CM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손보사들은 핀테크와 연계한 혁신이 강조되고 온라인 상품 구매에 친숙한 고객층을 겨냥해 CM 관련 조직을 잇따라 구성하고 있다. 전용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른’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존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CM상품을 판매하고 시장을 점유해 온 데서 손보사들이 할인율과 다양한 특약을 통해 CM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부터 롯데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이 대면채널에 비해 15%이상 저렴한 자동차보험 CM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CM 상품은 판매수수료가 없어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오프라인 상품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이렉트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설계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과 핀테크의 결합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업계 최초로 온라인상에서 고객 요청 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사항을 해결하는 ‘클릭투콜(click-to-call)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담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롯데손보 ‘롯데하우머치 다이렉트’는 3S 컨셉으로 고객입장에서 최대한 쉽고(Simple), 빠르고(Speedy), 놀라운(Surpris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리츠화재는 고객 편의를 위해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총 4회의 일반인 이용자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다양한 가입조건에 따른 보험료 변경사항 즉시 확인, 별도 앱(App) 설치 없이 보험료 결제 등 모바일 환경에서의 편의성 제고에 집중했다. 손보업계에서는 CM채널과 함께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을 위주로 한 모바일슈랑스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롯데손보, 동부화재, KB손보 등이 각 사별로 1~7개의 상품을 모바일 기기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올해 보험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4월부터는 온라인으로 보험을 가입할 때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되기 때문에 향후 모바일을 통한 고객 유입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린 기자 pudd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