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알리안츠생명에 따르면 이날 한국 알리안츠생명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트랜스포메이션 안을 잠정 보류한다’고 공지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오늘(22일) 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GA설립은 보류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공지를 게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는 잠정 보류 안내일 뿐 기한이나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이미 전 직원이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한 데 모으고 있으며,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은 현재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알리안츠생명 직원들의 우려와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랜스포메이션과 함께 논의된 바 있는 매각이나 설계사 영업 폐업(런-오프)로 방향이 옮겨지더라도 인력 조정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의 한 관계자는 “이명재 사장이 그동안 추진해 온 트랜스포메이션을 보류한다고 공지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보류’일 뿐인 데다 기존의 추진 사항을 백지화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 아니어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이 사장이 추진해 온 방향과 달리 알리안츠그룹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AZAP)는 그 동안 매각 작업에 무게를 두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어 자연스럽게 무게가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ZAP 측이 매각 작업을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트랜스포메이션은 중단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매각 작업도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어서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알리안츠생명 직원들은 사측이 검토하고 있는 트랜스포메이션을 비롯한 매각, 런-오프 등에 따르는 대량 해고 사태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구조조정 대책위원회 구축, 감독당국과 대응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당시 중점 추진 사항이었던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해 감독당국은 ‘별도의 GA법인 설립으로 직원 해고 후 이관 방식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위장, 편법, 우회로 자회사 형태의 GA법인을 통한 영업조직 분리를 사전부터 깊은 관심으로 개입해 감독당국 역할을 성실히 할 것’이라고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와 노조 측은 ‘트랜스포메이션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일’이라며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직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운동에는 전 직원과 어드바이저(AA, PA) 조직은 물론 타사의 직원들도 일부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알리안츠생명의 인적자원실은 지난해 12월30일 임원, 부서장 및 단장에게 ‘조합의 대직원 탄원서 서명 관련’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발송했다. ‘외부 기관을 상대로 한 집단 행동은 회사와 임직원들의 이익을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중단 되어야 한다’면서 ‘외부 기관에 집단 탄원서가 제출되고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결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마치 회사에 큰 노사 간 대립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트랜스포메이션 및 매각과 관련해 사측이 함구하고 있어 올리브 베테 그룹 회장에게 ‘일체의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독일 알리안츠그룹과 AZAP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하고 바로 다음해 200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2003년에는 전체 인원의 30%에 해댕하는 70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어 10년만인 2013년 201명의 희망퇴직을 단행, 트랜스포메이션에 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할 경우 4번째 구조조정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2011년 4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2012년과 2013년 각각 321억원, 5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 부진을 타개하지 못하면서, 트랜스포메이션, 런-오프, 매각 등을 검토하게 됐다.
박경린 기자 pudd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