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 농협은행 핀테크사업팀장은 “금융권에서 바라볼 때 농협은행은 항상 패스트 팔로워였다”며 “외부에서 인식하는 농협은 따라가는 은행이지 앞에서 치고 나가는 은행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농협은행은 핀테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며 퍼스트 무버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NH핀테크혁신센터를 대대적으로 개소했고 은행 최초로 오픈플랫폼을 구축해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김 팀장은 “핀테크는 유행이 아닌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로 농협은행의 변화를 설명했다. 핀테크로 인해 금융의 주체가 금융에서 ICT기업으로 바뀌고 나아가 금융의 경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하는 시장에서 선제적인 대비가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고민 끝에 ‘금융을 열어 세상을 바꾸다’라는 모토로 전략을 짜기로 했다. NH핀테크혁신센터 입구에 걸려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농협은행은 오픈플랫폼을 통해 53개의 금융API를 공개하고 핀테크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핀테크기업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 업체가 등장했을 땐 싸워서 이기든지 같이 살든지 두 가지 전략 중 하나인데 지금 핀테크 트렌드에선 같이 살아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우리가 조금 양보해서 가지고 있는 걸 재료로 내놓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럼 거기서 카카오처럼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살아남는 기업들이 있을 테고 저희도 같이 윈윈 할 수 있겠죠.”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 중인 카카오는 농협은행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농협은행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 참여 여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사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제공하는 서비 중에 기존 은행이 하지 않는 것이 없거든요. 인터넷과 관련된 은행이 발달된 않은 해외와는 다른 상황이죠.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해서 새로운 주도권 경쟁을 하는 것보다 오픈플랫폼을 통해 생태계를 만들고 핀테크와 상생하는 전략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서 기존 은행권에선 모바일뱅크로 고객 선점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NH디지털뱅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핀테크기업 대상 오픈플랫폼과 개인고객 대상 비대면채널인 스마트금융센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모바일뱅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현재 타행에서 선보인 모바일뱅크는 중금리대출에 특화하고 있는데 기존 스마트뱅킹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콘셉트의 모바일뱅크를 만들기 위해 기획 중입니다. 고객 개개인에 맞춘 특색 있는 서비스가 될 전망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최적화된 로봇형태가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김용환닫기김용환기사 모아보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이경섭 신임 농협은행장까지 올해 핀테크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대단하다. 김 팀장을 비롯한 담당 직원들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올해도 핀테크혁신센터와 오픈플랫폼, 모바일뱅크를 중심으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저희가 퍼스트 무버로 나선만큼 이에 대한 자부심과 노력은 반드시 병행할 거고요. 아직까지 금융은 은행이 잘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경계도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카카오가 순위 안에 드는 시중은행이 될 수도 있어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우리가 밀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