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수은은 산업과 기업의 구조개혁을 통해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고 신흥시장과 미래전략산업 발굴로 우리 기업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산업 코디네이터로 탈바꿈을 선언했다.
이덕훈 수은 행장(사진)은 22일 오전 본점에서 열린 ‘경영쇄신 결의대회’에서도 “세계경기 침체 장기화로 우리가 지원하던 주력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수은은 이전보다 더 큰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며 수은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 산업·기업 구조조정 선도
수은은 회생가능 기업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고 이미 발생한 부실채권은 상각과 매각을 통해 조속히 정리하는 등 구조개혁을 선도하는 산업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수은이 삼성중공업과 맺은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은 과거 금융주도의 구조조정에서 한 단계 나아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은 구매와 마케팅, 기술 노하우 전수와 업무협조를 맡고 수은이 인사, 재무, 노무 등 경영관리를 하는 구조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과 해당기업의 동종업계가 함께 손을 잡는 독특한 실험인 셈이다.
아울러 해외건설·플랜트 등 수주산업의 수익성 심사와 여신건전성 제고를 위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등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는데도 노력을 다하는 중이다.
수은은 해외건설·플랜트 정책금융지원센터에 사업평가팀, 해양금융종합센터에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를 신설해 수익성 심사를 강화했다. 건설·조선업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심사 과정에서 공정경쟁을 위협하거나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수준의 저가수주인지 여부 등을 사전에 살펴 수주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고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리스크관리본부와 심사평가부를 지난 7월 신설하는 등 리스크관리 조직도 확충했다. 취약산업 기업에 대해서는 상시적인 신용위험 평가와 현장관리 강화로 정상기업의 부실화를 사전에 예방할 계획이다.
◇ 신흥시장 공략하는 사업발굴자
수은은 최근 신흥시장과 미래전략산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출금융을 제공하는 금융지원자 역할을 넘어 프로젝트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사업발굴자 역할에 나서려는 것이다. 지난 7월 사업개발부를 신설해 업무를 지원하는 한편 개발수요가 높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달 사우디 전력공사와 30억달러 규모 금융지원에 대한 기본협정을 체결한 것은 수은이 중남미와 중동, 인도 등 주요 발주처 대상 금융협력을 강화한 결과다. 수은은 올해 민간기업, 사모펀드 등과 공동으로 출장단을 구성하고 중남미, 아시아 등 주요국가 대상 사업발굴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했다.
사우디 전력공사와 맺은 협정은 우리 기업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사우디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중동지역 수주감소세를 반전시키는 효과를 일으켰다.
아울러 베트남, 필리핀, 아프리카 등 전략개도국을 대상으로 종합진출전략을 시행해 국가별, 산업별 진출 희망기업과 사업발굴단을 구성·운영하고 개도국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사업 추진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베트남 기획투자부와 고속철 등 인프라 사업에 대한 120억 달러 규모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이끌어냈다.
◇ 위기극복 위한 내부혁신 솔선
한편 수은은 구조개혁을 선도하는 산업관리자로의 역할 변경이 필요해진 현 상황에서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경영진이 연봉의 5%를 삭감하는 등 선제적인 내부쇄신을 단행키로 했다. 수은은 21일 ‘노사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대내외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내부쇄신 의지를 다졌다. 어려움에 직면한 건설·플랜트, 조선 등 수출주력산업에 대해 단순 금융지원자 역할에서 벗어나 고통을 분담하고 구조개혁을 이끄는 산업관리자로서의 역할 재정립을 위해 앞장서 내부혁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선언문 채택 다음날 열린 경영쇄신 결의대회에서 이덕훈 수은 행장은 “뼈를 깎는 성찰과 내부혁신을 통한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야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고 재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