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증권이 미래에셋그룹으로 가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신용도, 즉 조달경쟁력이다. 대우증권의 신용등급(AA+/안정적)에는 산은의 지원가능성이 포함돼 있는데 이 부분이 사라지기 때문. 과거 산은금융지주는 2011년 11월 대우증권 유상증자시 실권주 306만주를 전액 인수해 3686억원을 출자했다. 덕분에 국책은행인 산은(AAA)의 지원가능성은 대우증권의 신용도를 보강하는 요인이 됐다.
반면 미래에셋은 증권과 자산운용이 ‘AA/안정적’으로 대우증권보다도 낮다. 지주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최근 ‘AA-’에서 ‘A+’로 떨어졌다.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미래에셋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난 탓이다. 이는 미래에셋이 산은만큼의 지원능력을 갖추지는 못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우증권의 재무구조를 보면 RP(환매조건부채권)와 파생결합증권 판매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RP, 파생결합증권을 통한 자금조달은 전년 대비 각각 14.3%, 32.3% 증가했다. 자금운용과정에서 일시적인 미스매칭(만기불일치)을 해결하기 위해 콜머니,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차입금을 활용하고 있다. 신용도 저하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는 불리하게 적용되는 요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은 뒷배 잃은 대우증권은 당장 모회사의 지원가능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이미 일부에선 하향검토 등급감시(Watchlist) 대상에 등재됐다”고 말했다.
◇ 미래에셋캐피탈 지배구조 압박 커지나
미래에셋그룹에 내재돼 있는 지배구조 리스크도 언제든 변수로 튀어나올 요소다. 경쟁사였던 KB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은 모두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가졌지만 미래에셋은 캐피탈을 통하는 약간 비정상적인 형태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말쯤 미래에셋캐피탈에 대해 ‘경영유의’ 제재를 통보하고 본업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신기술금융사로 등록된 미래에셋캐피탈은 자산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작 캐피탈자산은 10%도 안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38%), 미래에셋생명(19%), 베트남 미래에셋파이낸스(100%), 부동산114(71.9%) 등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미래에셋 회장이 캐피탈 지분 48.7%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증권, 보험 등 주요회사를 통제한다.
외형은 1조원 넘는 금융사지만 공시된 직원 수는 5명, 등기임원은 김승건(미래에셋컨설팅 대표),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 등 계열사 대표들이 겸직하고 있다. 이같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국회에선 미래에셋캐피탈을 강제할 수 있는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 노조 품기 ‘난관’일세
대우증권 노조도 난관이다. 자율경영과 고용승계 문제를 요구하며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금융에 대해 집요하게 공격 중이다. 노조 측은 미래에셋 인수금융 방식이 LBO(차입매수)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 측은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LBO)하는 것이 아니고 보유 중인 대우증권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은 측도 미래에셋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대현 산은 정책기획부문장은 “인수자가 자기 소유의 자산을 가지고 빌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고용승계에 대해서도 미래에셋증권은 완전고용승계를 한다는 원칙을 본 입찰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완전고용승계를 본 입찰서에 명기했다”며 “인수 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투자의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