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8월, 나이스신용평가가 10월 강등한데 비하면 시기별 차이는 있지만 3대 신평사 모두 BBB급으로 강등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로 항공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는 재무부담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항공기투자로 수익창출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저가항공사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영업비에서 유류비 비중이 높아 유가에 따라 실적이 오르내린다. 유가가 떨어지는 지금이 호황기나 다름없지만 아시아나의 실적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6월 발발한 메르스(중동호흡기질병) 사태로 6~8월 여름관광 성수기에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항공기 투자규모가 늘면서 비용부담을 키웠다. 2013년부터 확대된 아시아나의 항공기 투자규모는 임차료가 2014년 3분기 3007억원에서 2015년 3분기 340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계속된 항공기 금융리스로 감가상각비도 부쩍 상승했다.
덕분에 유류비 감소에 따른 수익개선에도 영업이익률은 2014년 말 0.8%에서 2015년 9월말 0.4%로 오히려 떨어졌다. 게다가 급성장하고 있는 저가항공사의 득세는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한신평 측은 “국내,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은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사업지역”이라며 “국내 저가항공사 역시 이 노선에 주력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한항공의 경우는 이 노선 비중이 48% 정도로 민감도가 덜하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또한 메르스 사태의 영향을 다소 받았으나 2015년 3분기 45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3725억원)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 하지만 항공기 투자 및 계열사 자금지원 등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확대된 와중에 계열사 한진해운의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대해 2200억원의 자금대여, 4000억원의 유상증자, 교환사채 신용보강 제공 등의 지원을 했다. 앞서 3건 외에는 현재까지 추가지원은 없으나 한진해운의 경우 컨테이너 시황악화로 실적개선 여부가 불투명하고 과중한 상환부담으로 자체대응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추가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크레딧시장의 분석이다. 한기평과 나이스신평은 이미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했지만 한신평은 여전히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김용건 한신평 파트장은 “국제시장 동향을 감안하면 저유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유류비 감소로 따라 항공사들의 영업수지 개선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계열요인과 저가항공사의 도약, 늘어나는 투자규모 확대는 재무부담을 늘려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