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정성희 연구위원은 ‘비급여 의료비 심사 논란과 진료 비확인제도 개선안 모색’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에도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현재 120%를 웃도는 데다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의 비중이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손해율 상승을 가중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감사원의 의료서비스 관리실태 감사결과에서도 비급여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체계적인 관리방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의 955개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한 조사결과 병원별 가격차이는 평균 7.5배에서 최대 17.5배까지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계는 민영건강보험 보험금의 전문심사기관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진료권 침해 등을 명분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 의견은 크게 △비급여 표준화(비급여 의료비와 관련한 의료 행위, 코드, 수가 등에 대한 표준화) △비급여 의료비 적정성 심사다.
비급여 의료 행위와 수가 표준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비급여 표준화와 관련, 비급여 의료 행위에 선택적인 요소가 많고 수가 산정을 표준화하기 여의치 않은 다양한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급여 의료 행위에는 필수 의료적 성격이 있는 행위도 있으나 선택적 의료인 경우도 많아 자칫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또 비급여 의료비의 적정 가격은 의료진과 의료시설의 수준, 시술 부위와 소요시간, 환자 중증도, 치료재료 종류 등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차별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 재량적으로 산정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의료계의 주장을 많은 부분 수용하더라도 현행 진료비확인제도를 개선하는 선에서 비급여 의료비 심사와 관련해 합리적인 대안을 강구할 수 있다”며 “현재의 진료비확인제도를 개선하는 형태로 의료 소비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급여 의료비의 적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현 진료비확인제도의 한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료비확인제 개선안을 보면 과다의료비 지출의 경우 민영보험가입자는 보험회사가, 비가입자의 경우 소비자가 해당 비용을 감당하는 만큼 이들이 이의를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 민영보험의 경우 보험금이 과대 지급되면 계약자들이 보험료 인상의 피해를 보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계약자를 대리해서 진료비확인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이 자체 판단에 의해서 의료소비자를 과다 의료비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스스로 진료비확인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내놨다. 보험회사가 계약자를 대리해서 진료비확인신청을 하는 것이 우려된다면 심평원의 판단에 일임하는 것도 대안이라는 의견이다.
민영보험가입자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사이에 협력을 통해 자체적인 진료비확인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이 연구위원은 “심평원에 의해 모든 진료비의 심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의료계와 보험회사 간에서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가입자의 경우 환자가 스스로 신청을 하는 현행 제도로 운영하거나 심평원이 직권으로 하는 형태 모두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박경린 기자 pudd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