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부사장 CIO
개인투자자 둘이 모여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1년 밖에 안 된 홈페이지도 없는 미니 자문사라서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인데, 들리는 입소문을 빌리면 “잘한다.” 두 사람 중 한명은 이미 이 지면에서 소개됐던 적도 있다.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여전히 잘하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는 모습도 좋아 보였다.
그동안 만났던 주식 고수들 중에는 자신의 미래 계획에 투자자문사 설립을 설정해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012년 7월호의 주인공이었던 박성진 당시 이언투자 대표도 “투자자문사 설립도 생각 중”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2년 만에 진짜로 자문사를 세웠다. 투자 동료였던 조영석 대표와 공동출자해 투핸즈투자자문을 설립한 것이다. 고객과 함께한다, 또 두 사람이 뭉쳤다는 의미로 투핸즈(two-hands)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투자실력은 입소문을 타고
금융당국에 등록하고 영업에 나선 것이 지난해 8월부터니까 1년 됐다. 그런데 투핸즈투자자문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회사를 세우고 마케팅이라고 할 만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다.
사실 고객과 돈이 많이 몰려도 안 되는 상황이다. 투핸즈투자자문의 임직원이라고는 조 대표와 박 부사장, 여기에 고객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까지 총 3명이 전부다. 애초에 회사를 세울 때부터 자문업은 빼고 일임투자만 하겠다고 등록했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사업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블로그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어디로 보나 목동에 있는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지 않고서는 투핸즈투자자문의 정체를 파악하기가 힘든 조건들이다. 그런데도 고객들이 모여든 걸 보면 신기한 일이다.
결국 중요한 건 투자실력이었다. 운용 실력을 아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낸 것이다. 알음알음으로 고객이 찾아들었고 1년 동안 320억 원이 모였다. 거의 개인 고객들에게서 나온 돈이다.
2개월 심사-2년 보유-2배 목표
개인이었을 때 자기 돈을 투자하는 것과, 고객 돈을 맡아 자금이 크게 불어난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은 아무래도 운용 면에서나 심적 부담 측면에서 차이가 클 것 같은데 박 부사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개인으로 투자할 때 10년 동안 연평균 30~40% 정도의 성과를 기록했다. 자문사 세우고 1년 동안 고객 돈 맡아 운용했는데 수익률은 거의 비슷하다. 굴리는 돈이 개인자금 때보다 5~6배 커졌는데 1000억 원 정도까지는 문제없을 것 같다. 지금은 그저 하던 대로 집중하고 있다.”
투핸즈투자자문이 블로그에도 밝힌 투자 방식은 벤처캐피탈(VC) 스타일로 요약된다. 투자할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투자하는 것처럼 후보기업을 2개월 이상 심사하고, 매수한 뒤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 이상 보유하며, 이를 통해 2배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안전마진과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투자관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세상살이다. 그러면 몰라도 괜찮은 투자를 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틀려도 괜찮은 투자다. 기업에 대해 분석하고 판단한 것이 예상대로 들어맞으면 큰 수익이 나서 좋고, 만약에 그 예상이 틀리더라도 손실이 거의 없는 종목. 그러니까 기본적인 실적은 나오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주가 수준이 설명되는데 여기에 실적이 증가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잠재돼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틀려도 괜찮은 종목’이라는 그 판단마저도 틀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한 종목의 편입비중을 10% 넘게 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만 투자
안전마진이 확보된 저평가종목을 선호하는지라 ‘저평가’에 대한 세부 설명을 듣기 위해, 과거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싼 현대차와, 자산가치는 좋고 과거 실적은 좋았지만 지금은 망가진 포스코 중에 어느 쪽이 나은지를 물었다. 그러자 박 부사장은 “둘 다 안 사겠다”며 “과거 실적으로 보면 싼 게 맞지만 미래 실적으로 봤을 때에도 쌀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안선다”고 선을 그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가, 혹은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지금 잠깐 망가진 것인가 여부다. 한국가스공사를 예로 들어보자. 실적이 망가져서 지금 주가는 비싸 보인다. 그런데 포스코나 현대차는 글로벌 플레이어인 반면 가스공사는 오직 국내에서만 영업하기 때문에 수요가 갑자기 감소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래 예측이 쉽다. 우리는 해당 기업의 실적을 추정하기 얼마나 수월한가, 실적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가, 얼마나 나올까를 따져보고 투자한다.”
3년 전 인터뷰할 때만 해도 대형주 중에 싼 종목이 별로 없어서 주로 중소형주에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중소형주들의 주가가 너무 올라서 투자할 만한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3년 전엔 기업탐방을 10군데 가면 2~3개 괜찮은 종목이 보였다. 지금은 30곳, 40곳 가도 1~2개 보일까말까 한다. 전통적인 가치투자 방식은 막을 내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소외된 분야, 소외된 종목은 있다. 일종의 니치마켓이다.”
고객의 기대감 커서 걱정
투핸즈투자자문이 편입하는 종목 숫자는 15~20종목 범위에서 결정된다.
특이한 점은 신규 고객 계좌엔, 기존 포트폴리오 종목들을 똑같이 복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분할매도가 진행 중인 종목, 매도 계획이 있는 종목은 제외되고 아직 안 오른 종목, 덜 오른 종목만 매수한다. 그게 고객에 대한 도리라는 것. 그래서 설립 초기 고객들의 계좌 주식 비중은 80% 정도인 반면, 신규 고객은 50% 정도에 그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자연스럽게 좁혀지게 된다.
지난 8월의 급락장세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거나 줄였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박 부사장은 “고수는 하락을 예상하고 현금으로 갖고 있다가 주가가 빠졌을 때 왕창 사겠지만 우리는 중수라서 그냥 가만히 있는다”며 미소지었다.
조 대표는 목표수익률에 대한 질문에 “성과보수를 받아야 하니까 연 10% 이상이면 좋겠지?”라며 웃었지만 이내 고객들의 높은 기대감에 우려를 나타냈다. “고객들에게 우리의 과거 성과를 보여주긴 하는데 고객들이 그 수준(30~40%)을 기대할까 걱정이다. 그래서 ‘그때는 경제가 괜찮았고 지금은 저성장이라 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는 투자를 하는 두 사람, 고객과 돈이 많이 모여드는 것보다는 지금 하는 투자를 계속해서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천천히 늘었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보면 돈 맡기고 불안할 일은 적을 것 같다.
조 영 석 (사진의 왼쪽)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신영증권
-코웰창투 투자이사
-현 투핸즈투자자문 대표이사 CEO
박 성 진 (사진의 오른쪽)
-KAIST 경영공학박사
-광운대학교 겸임교수
-노무라이화자산운용
-현 투핸즈투자자문 부사장 CIO
김창경 기자 c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