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경제연구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2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 인터넷전문은행 비용절감 효과 낮아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숭실대 교수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 “우리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해외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체로 부정적”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인한 기존 은행과의 경쟁, 시장잠식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기대하고 있는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대해서는 “기존은행들은 오랜 대출업무 취급으로 신용위험에 관한 전문성과 데이터를 지니고 있어 자체적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추구할 것”이라며 “빅데이터 분석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 능력이라고 하기 어려워 경쟁 우위를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내 차주들의 신용도 분포가 양극화돼 금융사들이 중금리대출을 무리하게 유도하는 것은 대출 부실을 양산하고, 악화될 경우 신용경색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설은행으로서 광고와 자금조달비용, 특히 인터넷뱅킹 관련 보안투자 등으로 출발시점에서 큰 비용발생이 예상된다”고 지적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비절감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 성공해도, 실패해도 리스크
윤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도입 시 성공과 실패 시나리오 각각 리스크 수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문제라는 이야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실패할 경우 금융시장 파급효과가 심각하며 특히 도입 직후 파산 시 충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다. 예금보험기금 고갈로 예금자들의 추가 피해는 물론 중금리시장 경색으로 경제에 부정적 충격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또한 향후 핀테크 사업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성공하더라도 전통은행과의 경쟁심화로 기존 은행들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되고 이미 낮은 수익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 은행산업의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저축은행들도 경쟁심화로 추가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은산분리·감독규제 완화 포기해야
그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져올 혜택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이를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큰 선택”이라 강조했다.
산업자본의 사금고화 우려 외에도 비금융업 계열사의 부실자산이 은행으로 넘어가 건전성 저하와 금융소비자들의 신뢰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벌 비중이 큰 국내 경제에서 재벌과 재벌소유 은행이 동반부실화 될 경우 곧바로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또한 은산분리와 더불어 인터넷전문은행 운영 초기엔 건전성 등의 규제도 완화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윤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은행과 동일한 업무영역을 허용하는 경우 규제·감독 부과 역시 동일하게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 대기업 은행 진출도 가능해질 것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향후 이것이 인터넷전문은행에만 머물지 않고 기존 은행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50%로 확대하는 신동우 의원 발의안 외에 김용태닫기김용태기사 모아보기 의원이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까지 확대하자는 발의안을 지난 6일 제출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임 연구위원은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감소될 것”이라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만 보자면 일자리가 늘겠지만 기존 은행까지 확대해서 본다면 경쟁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고용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