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를 앞두고 각 컨소시엄들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갖가지 전망과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검증할 만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계 안팎에선 기존 은행들이 느슨하게 다루고 있어 시장성이 있다고 지목되고 있는 4~6등급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이 성공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높다. 성패의 관건은 얼마나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을 사용하고 사전심사 못지 않은 사후관리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흑자전환까지 쉽지 않을 전망
인터넷전문은행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의 중론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기했던 전망인데다 금융위 역시 이를 감안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에서 최저자본금, 자본건전성 규제 등을 완화했다.
실제 일본에서도 재팬넷뱅크, 소니뱅크 등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흑자를 내기까지 4~5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다음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국민은행) △KT 컨소시엄(KT·우리은행·교보생명) △인터파크 컨소시엄(인터파크·SK텔레콤·NHN엔터·기업은행·웰컴저축은행 등) △500V 컨소시엄(500V·중소기업중앙회 등) 등 네 곳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의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인터파크의 전자상거래 고객과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대출, 500V의 핀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핀테크 생태계 구축 등이 이들의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 수익창출 지난한 길
대형 시중은행 임원 출신 한 인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과 직접 경쟁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수익을 낼만한 여지가 적기 때문에 틈새시장이나 은행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승부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인 비용효율성에 대해 “단순 예대마진을 통한 비용효율성 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미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을 통해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질문에 컨소시엄들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수익모델로 △중금리대출 △핀테크 가미한 지급결제 서비스 △크라우드펀딩 등 투자자 연결 플랫폼 △자산관리 서비스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배상기 투이컨설팅 이사는 과거 키움증권의 예를 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상업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키움증권 설립 당시 증권업은 이미 레드오션이었고 수수료인하 전략의 지속가능성에도 우려가 제기됐지만 결국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다음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 키움증권과 같은 수수료 전략 비즈니스 등 두 가지 흐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국내에선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한 독일 피도르은행을 지향하는 경향이 크다”며 “하지만 한국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은행, 증권, SNS,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특히 배 이사는 중금리대출 시장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은행이 리스크테이킹을 해야 하는 업종인 만큼 가장 먼저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 차별화된 서비스·신용평가모델 있어야
나이스신용평가 등 기존 신용평가사들의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다른 신용평가 노하우를 갖췄는지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이미 다양한 방식의 신용평가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P2P 대출업체 온덱은 온덱스코어라는 자체 평가모델을 통해 대출자의 신용도뿐만 아니라 SNS 댓글이나 평점, 소상공업체의 실제 경영실적 등을 몇 분 만에 심사해서 다음날 돈을 입금해준다.
영국의 비주얼DNA는 빅데이터와 심리학을 결합해 신용평가를 실시한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고르는 등 심리테스트 기법을 적용해 신용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