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은행 자산은 290조원으로 자산규모만 따졌을 때 국민은행(282조원), 우리은행(279조원), 신한은행(260조원)을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선다.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이후 9년 만의 대형은행 탄생으로 은행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악화된 금융환경 극복을 양행 조기통합 이유로 꾸준히 내세웠다. ‘1+1’의 결과 3 이상의 시너지를 내길 기대하겠지만 통합은행 출범 이후 행보에 따라 1이나 0,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제 막 시동을 거는 KEB하나은행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 속전속결 통합작업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에서 하나금융의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인가했다. 외환은행이 존속법인으로 남아 하나은행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통합된 KEB하나은행은 9월 1일 출범 예정이다.
그런데 ‘2·17합의서’의 5년 독립경영 조항을 깨버린 조기통합 선언 만큼이나 KEB하나은행 출범은 서두르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1년 넘게 조기통합을 강력히 반대한 외환은행 노조와 합병 관련 합의서를 체결한 것이 7월 13일이고 금융위의 합병 예비인가가 7월 22일에 났다. 이후 금융위 본인가가 지난 19일에 결정됐고 금주 통합은행장에 대한 윤곽이 잡힌 후 9월 1일 KEB하나은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지금까지 물밑에서 많은 준비를 해왔기에 속전속결 진행이 가능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와 합병 관련 합의서 체결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통합은행이 출범하는 것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모든 구성원의 동의하에 합병작업을 진행한 기간은 두 달여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 화학적 결합 과제 산적
신한은행은 지난 2003년 인수한 조흥은행의 3년 독립경영을 약속하고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면서 체계적인 감성통합과 화학적 결합 노력을 기울인 덕에 전산 업그레이드와 통합을 동시 추진하는 등 뉴뱅크 출범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신한은행은 2005년 9월 통추위 구성 후 2006년 4월 1일 통합신한은행이 출범하기 전까지 양행 부서 직원들이 합동 근무를 실시해 테스트 작업을 진행했다. 완벽한 통합은행 출범을 위해 사전에 충분한 준비운동을 실시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 회장의 조기통합 선언 직후 통합작업을 총괄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올 2월 서울중앙지법이 노조의 합병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활동이 중지됐다가 지난달 노조와 합의 이후 재가동했다. 게다가 KEB하나은행은 아직 확정된 조직개편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9월 1일 출범과 동시에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이 한꺼번에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전산통합이 완성되기 전까지 양행 점포 직원 간 교차발령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 노조 반대 속 통합은행장 누구?
통합은행 출범에 따라 초미의 관심사가 된 통합은행장 선정을 앞두고는 인력풀을 대폭 축소시키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3일 열린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광식 하나은행 상임감사위원,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 부행장 등 4명을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외환은행이 존속법인으로 남기 때문에 외환은행 신규 등기이사 선임 직후부터 통합은행장 선발을 두고 상임감사인 김광식 위원을 제외한 김 회장, 김 행장, 함 부행장에 김한조 외환은행장까지 4명이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김 회장의 경우 하나금융이 2025년 글로벌 40위 은행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해외사업과 비은행 부문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남은 세 후보 가운데 김한조 행장은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상징으로서 통합은행장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일찍이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 등기이사 가운데 행장을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통합은행장 선정 시작 전부터 등기이사 리스트 외에 내부인사는 물론 능력있는 외부인사가 유입될 가능성이 차단되면서 화학적 결합의 키를 쥐고 있는 통합은행장 인력풀은 점점 좁아졌다.
◇ 성공적인 전산통합도 관건
성공적인 IT통합 여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모두 유닉스 주전산기를 사용해 내년 상반기까지 전산망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양행 간 전산시스템이 달라 교차발령을 내더라도 업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IT통합 이후에나 교차발령이 가능하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합병 후 2년간 인사운용 체계는 이원화하기로 했지만 교차발령은 전산망 통합 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나카드의 사례로 비춰봤을 때 IT통합을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하나카드로 통합하면서 지난달 20일 새로운 통합 전산시스템 운영을 시작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거래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