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LTV·DTI 규제가 1년간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내년 7월까지 1년 추가 연장되면서 거시경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LTV 규제 상한이 60%에서 70%로 확대될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37조원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1.5%p 미만 소폭 상승할 경우 영향이 미미하지만 그 이상 상승하면 채무불이행자 수가 크게 증가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가계부채 급등과 외부충격에 따른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가운데 고령층의 가계부채 보유 비중이 높은 반면 이들의 소득은 갈수록 낮아져 DTI를 은퇴 이후 소득까지 감안해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KDI는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계부채의 주요 문제와 대응방안’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 LTV 규제 재점검 해야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이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한국의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LTV 규제 완화는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고 가계대출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송 위원에 따르면 LTV 규제 상한이 60%에서 70%로 확대될 경우 주택가격은 0.8% 상승하고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4년 기준으로 약 37조원에 해당한다.
또한 그는 “LTV 상한이 높은 경제일수록 주택수요 충격에 대한 거시경제의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된다”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이나 금리인상 등 외부충격이 있을 경우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이는 LTV 상한이 높은 경제일수록 총생산 하락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덴마크에선 2004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주택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면서 덴마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이 시기 덴마크의 LTV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덴마크는 2012년 기준 GDP 대비 가계대출비율이 140%에 육박하면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기준 73% 수준이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여한 에스거 라우 엔더슨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급락으로 가계 총자산이 크게 감소해 덴마크에 장기적인 불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은 “LTV 규제 완화 이후 저금리 기조는 최근 가계대출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며 “공식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전세보증금 규모를 파악하고 동시에 이를 감안한 실효적 LTV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국 금리인상 폭 크면 디폴트 급증
김영일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한국 소비자의 과대채무와 금융 취약성’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1.5%p 미만 소폭 상승할 경우 영향이 미미하지만 그 이상 상승할 경우 채무불이행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 발표했다. 김 부장은 채무불이행 위험을 기준으로 신용등급, 부채상환비율, 다중채무도 등을 활용해 과다채무지표를 만들고 스트레스테스트를 실행했다.
그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거시경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채무자들의 평균 부도율이 약 1.5배, 1997년에서 1999년까지의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의 충격에는 2.7배까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했다.
그는 “금리상승, 또는 거시경제 여건의 악화는 과대채무자의 비율을 증가시켜 평균 부도발생빈도의 상승을 초래한다”며 “가계부채의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실위험이 큰 과대채무자에 초점을 두고 과대채무의 사전적 예방과 더불어 사후적 해소방안을 함께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 나이 들수록 빚도 늘어나
가계부채 보유자들의 고령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나라의 가계소득은 은퇴시점 이후 급감하기 때문이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의 가계부채 연령별 분포의 구조변화 분석’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가구가 전체 가계부채의 약 33%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은 23%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40~50대가 보유하고 있는 가계소득과 자산도 미국에 비해 낮고 특히 은퇴시점 이후 가계소득이 급격히 감소해 고령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국내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 이들의 가계부채 부담 증가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특히 “우리나라는 은퇴 이후 가계소득이 급감해 부채상환 능력이 크게 취약해질 수 있다”며 “DTI를 은퇴 이후 소득까지 감안해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