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과연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종합금융사나 최근 도산 도미노를 형성했던 부실저축은행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기존 금융사 고객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금리 등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영업하면 가뜩이나 소득움직임에 비해 가파르게 늘었던 가계부채를 키워 부실 위험성을 키울 가능성도 경계 대상이다.
또한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에 따른 우려가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 및 금융보안사고에 대한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없이 현행법상에서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매뉴얼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야당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지난 3일 마련한 토론회에선 심각한 수준의 문제제기들이 이어졌던 터여서 향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생겼다.
◇ “제2의 종금사, 저축은행 될 수도”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일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방안 문제 진단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우려되는 문제점들이 조목조목 제시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건전성 규제는 완화하면서 저신용자 대출에 신용카드 업무까지 했을 때 제2의 종금사나 저축은행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위기 원인 중 하나는 종금사 업무범위를 폭넓게 허용해주면서 부실투자는 확대된 반면 정부의 리스크 관리는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 교수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 기존 은행도 힘든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냐”며 “현재 그리스 디폴트, 미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위험요인은 더 심각한 만큼 제도 도입이 적절한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신용카드대출을 포함한 무분별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경우 가장 먼저 부실화하면서 가계부채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인터넷은행, 경쟁력·수익성 無
또한 이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수익성도 경쟁력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기대하는 서비스는 인터넷 및 모바일이 활성화되면 보편적으로 가능한 금융서비스인데다 저신용자 중금리대출의 경우 규모의 경제에 미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조달 금리 등으로 기대에 매우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점포 유지비용을 절감하더라도 점포가 없기 때문에 핵심예금 기반 구축이 어려워 오히려 조달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결국 “의미있는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출의 경우 비대면 영업 특성상 법인 대출이 없어 리스크가 낮다기 보단 대출심사와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의 위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력과 수익성 불투명으로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하다 부실화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차별 없이 건전성관리와 당국의 감독기능이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자본 지분보유 한도 완화와 신용카드업무 특혜 등을 금지하라는 것이다.
“만약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가능한데 은행 인터넷뱅킹에서 불가능한 것이 생긴다면 이는 정부의 차별적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실제 제도 도입후 감시 대상으로 꼽았다.
◇ 금융소비자보호는 어디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 문제 외에 금융소비자보호나 금융보안 사고 등에 대한 대책도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할 인가기준으로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 △해외진출 가능성 등 다섯 가지를 내세웠다.
개인정보보호나 금융보안사고 발생 시 책임 등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목적인 은행업 혁신이나 경쟁 촉진에만 초점을 두면서 가장 중요한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또한 정부의 비대면 실명인증 허용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위조 신분증은 물론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동원한 사기행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 불가 입장을 먼저 밝히면서 “비대면 금융거래 관련 사고에 대한 금융기관의 완전한 무과실 책임 정착이 우선”이라 주장했다.
그는 “국내법상 금융보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금산분리 보다 이에 대한 논의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