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산업자본 지분 보유한도를 기존 4%에서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최대치인 50%로 끌어올리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연내 1~2개 시범은행에 예비인가를 줄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중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은행산업 경쟁 촉진을 이유로 금융위가 은행 중심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역차별 논란 등이 일어날 전망이다.
◇ 특혜성 지원책 다수 포함
금융당국은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기존 4%에서 50%로 늘렸다. 그러나 산업자본 중 삼성이나 현대차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했다. 대기업들의 참여는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주력자인 교보생명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최저자본금은 시중은행 1000억원과 지방은행 250억원 사이인 500억원으로 완화했다. 영업범위 역시 현행법상 일반은행 업무범위를 동일하게 적용했다. 특히 신용카드업의 경우 30개 이상 점포와 300명 이상 임직원이 자격요건이지만 예외로 인정했다. 건전성 규제도 설립 초기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바젤1 기준 우선 적용 후 단계적으로 바젤3 기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줄 수 있는 특혜성 호조건은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은-산분리 완화 법통과 난망
앞서 2002년과 2008년 두 차례의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도입 움직임이 있었지만 은산분리 논란 등으로 모두 무산됐던 것은 예외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아서다.
따라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재벌급 대기업 진출은 막으면서도 ICT기업이라는 이유로 은산분리 완화 혜택 속에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은행법 개정안을 내놓을 경우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ICT기업 등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위 설립방안 발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닫기김기식기사 모아보기 의원은 논평을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허용방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일단 은행법 개정 여부가 불분명한 만큼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한다.
우선 1단계로 현행법 하에서 1~2개의 시범은행을 인가해 성공모델 검증에 나선다. 오는 7월초 인가매뉴얼을 공개할 예정이며 9월 신청접수를 받고 연말까지 예비인가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내년 상반기 중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단계는 은행법 개정으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후에 진행되는 추가 인가다. 9월 국회 통과가 된다면 내년 3월 이후 법안이 시행돼 내년 연말쯤 ICT기업 등이 참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출현시키겠다는 심산이다.
◇ 경쟁촉진하려면 은행권 진출 막아야?
당장 세간의 관심은 은행법 개정 전이라도 우선 출범시키겠다는 전문은행이 나올 수 있느냐에 쏠렸다. 대기업 참여가 막혔고 은행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중소 증권사나 보험사로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규상닫기도규상기사 모아보기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에 대해선 소망스럽지 않다”며 “ICT 등 혁신적 기업이나 제2금융권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은행산업 경쟁 촉진과 금융혁신을 꾀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취지를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은 이미 경쟁이 너무 심한데 얼마나 더 치열한 경쟁을 하라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했던 규제완화 방안만 담겨있을 뿐 진정한 서비스 혁신을 위한 고민은 없다”며 “이대로라면 기존 은행 상품을 판매하는 또 하나의 채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어떻게든 올해 안에 핀테크 정책에 성과를 내려고 애쓴 나머지 인터넷전문은행 추진마저 조급함만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대주주적격성과 은행업무 수행능력 등 검증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을 연내에 설립하겠다며 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탓이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