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7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0%에서 1.75%로 인하된 이후 2개월 연속 동결이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최근 경제주체들이 심리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기개선 흐름이 미약하게나마 나타나고 있어 기준금리 사상 첫 1%대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경제에 대해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내수 관련 지표들이 월별로 등락을 보였으나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개선되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라 밝혔다.
4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4% 상승해 전월과 동일한 오름세를 보였으며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전년동월대비 2.0% 상승했다.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도 각각 전월대비 0.6%, 0.7% 확대됐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 있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를 비롯해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8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2분기의 경기 흐름이 앞으로 회복세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12일 ‘그린북’이라 불리는 최근 경제동향에서 “고용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저유가로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이지만 생산·소비·건설투자 등 실물지표가 월별 등락을 보이는 가운데 경기가 전반적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 중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인 8조 5000억원 규모로 급증해 가계부채 문제도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엔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경기 개선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봄 이사철 수요도 가세하면서 8조원이 늘었고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은 4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일본과 유로존에 이어 호주와 중국 등 아시아권의 금리인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월부터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양적완화로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추고 통화·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에서는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1명이 기준금리 인하를 소수의견으로 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