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본드는 일반 채권 보다 금리가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펀더멘탈을 고려하면 실제 상각되거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겉보기 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바젤3 자본적정성 규제를 맞추기 위한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 수요는 향후 매년 3~5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13일 ‘은행 CoCo본드’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 코코본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증가 전망
코코본드는 조건부자본증권 즉, 채권이다. 그러나 발행 기업에 위기가 왔을 때 투자 원금이 △주식 강제전환 △상각 △이자지급 중지 조건이 붙어 자본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수 있는 회사채다. 기업 파산 시 주주보다는 선순위지만 채권자 중에는 가장 후순위다. 때문에 일반 회사채보다 고위험, 고금리가 되는 것이다.
은행입장에선 코코본드가 금리가 높고 발행조건이 까다롭지만 바젤3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향후 코코본드를 꾸준히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 연구원은 향후 매년 3~5조원의 코코본드 신규 발행을 예상했다. “기존에 발행한 기타자본 만기가 도래하는 동시에 바젤3 인정범위 축소로 기타자본으로 인정받는 금액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은행권 기타자본은 36조원이며 2022년까지 매년 10% 이상씩 감소할 전망이다.
코코본드의 종류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 채권)과 후순위채 두 가지다. 신종자본증권은 기타기본자본으로 분류돼 Tier1(기본자본)에 포함되며 보통주자본비율에선 제외된다. 후순위채는 Tier2(보완자본)에 속하며 전체 BIS비율엔 포함되지만 Tier1비율 산정 시엔 제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발행된 금융사 코코본드는 총 3조 8000억원 규모로 이중 신종자본증권은 7600억원이다. 구 연구원은 “아직까지 후순위채 위주로 발행되고 있지만 은행들이 Tier1을 높여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신종자본증권도 다수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엔 지난 3월 30일 전북은행이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향후 이달 중 신한은행이 후순위채 3000억원, 6월 경남은행 후순위채 1000억원 등이 발행 예정이다.
◇ 중위험-중수익 추구형에 적합
구 연구원은 “코코본드는 국고채나 예금같은 안전자산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너무 높은 리스크를 떠안기는 싫은 중위험-중수익 추구형에 5~10년 이상 장기간 고정이자가 필요한 투자자에게 적격”이라 설명했다. 금융회사가 자본적정성이 훼손될 정도로 어려워지면 주식전환이나 상각 등 리스크가 있는 채권이지만 현재 국내 은행들의 펀더멘탈을 감안했을 때 실제 상각이나 이자를 미지급할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구 연구원은 IMF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감독원으로부터 경영권개선권고 이하의 처분을 받는 등 조건부자본증권의 피해가 있을 만큼 부실화된 경험이 있지만 그간 국내 금융권과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 노력을 기울여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IMF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국내 은행 자본적정성은 외부 충격 및 불경기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IMF 수준의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실제 은행들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가능성은 적다는 점도 구 연구원이 은행권 코코본드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아울러 지금까지 국내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 가운데 이자지급을 하지 않은 케이스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