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은행이 선임한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을 두고 정피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KB사태와 관련된 사외이사들이 모두 물러났다. 차기 사외이사들은 바람직한 지배구조 안착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또한 KB금융은 사장과 감사직 인사에 대한 외압 논란도 불거졌다.
◇ 우리은행, 서금회에 정피아까지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수를 5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신규 사외이사 후보 명단을 공개했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등 4명으로 임기는 2년이다.
기존 사외이사 가운데 오상근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와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기 1년으로 연임됐다. 박영수 변호사와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임기가 만료됐고 장민 전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지난 1월 한국은행 조사국장에 선임되면서 사임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 신규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해 4명 중 3명이 정치권과 닿아 있다는 ‘정피아’ 논란이 일고 있다. 홍일화 고문은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데다 1971년 국회의원 비서관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 요직을 두루 거친 정치인에 가깝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산업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돼 오는 6월 임기만료였지만 이를 앞두고 다시 은행 사외이사직을 꿰차게 됐다.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서강대 동문으로 또 다시 서금회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이 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 동문 금융인들의 모임인 서금회 출신이라는 논란에 홍역을 앓았다.
또한 정 교수는 유진자산운용 사장이었던 2011년과 2012년 서금회 멤버로 활동했으며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혜숙 교수의 경우 남편이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으로 정치권 관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KB금융, 정치권 인사 청탁 압력
KB금융도 서금회 창립멤버이자 6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을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하면서 정피아 논란을 촉발시켰다. 또한 박 내정자는 지난해 KB사태 주요인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으며 은행에서 물러났다.
또한 KB금융은 인사외압 논란에 시달리며 KB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된 지배구조의 성공적인 개선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KB금융은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사장직 부활을 검토 중인데 이 자리에 대한 정치권의 청탁 압력이 거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이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국회의원 출신 인사를 앉히려다 무산됐고 업무능력 발휘보다는 정치 활동에 더 힘을 쏟은 것으로 평가되는 퇴임 임원을 추천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이야기가 돈다. 지난 1월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자진 사퇴했으나 두 달이 넘도록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KB금융은 지난 9일 이사회에서 CEO 경영승계 계획안의 핵심 사안을 재논의 했으나 보류하고 차기 이사진에 결정을 넘겼다. 이날 이사회를 끝으로 KB사태 중심에 있었던 기존 사외이사진은 모두 물러나게 됐다. CEO 경영승계 계획안은 윤 회장 취임 후 마련한 KB금융 지배구조 개선안의 일환이었으나 현직 CEO 연임 우선권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끝내 결론짓지 못했다.
현직 CEO 연임 우선권이 단기업적주의에서 벗어나 조직의 경영 연속성과 지속성장 기반 마련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기존 회장의 권력화 가능성도 거론돼 논란이 됐다. 또한 KB사태에 책임이 있는 현직 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오는 27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7명의 차기 사외이사 후보자들이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안 안착 여부가 이들의 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