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들은 10일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일동은 사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만 경영연속성을 감안하여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7명 사외이사 전원이 물러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KB금융은 이들이 내년 주총 때까지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신임 사외이사를 선출하기 위해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압박에 결국
국민은행 주전산기 문제를 시작으로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 취임까지 KB사태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이 일면서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들이 사퇴해야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의 요구를 관치금융으로 받아들이면서 거부해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당장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위가 LIG손보 인수 승인을 미루며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 “윤종규 신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히며 나머지 사외이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11월 21일 윤 회장 취임 2주 뒤인 지난 5일엔 회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이 확대경영전략위원회를 열고 거취를 논의했으나 별다른 결론은 내지 못했고 다만 고승의 이사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은 10일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 후 지난주에 이어 거취 문제를 논의했고 결국 전원 사퇴키로 발표했다. 이 의장과 고 이사를 제외한 7명의 사외이사들이 이날 일괄적으로 물러나기로 결정했지만 사퇴시기를 내년 3월 정기주총으로 정하면서 대부분의 이사들이 사실상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진정한 일괄 사퇴?
KB금융 사외이사의 임기는 기본적으로 최초선임부터 2년이며 이후 1년씩 3번까지 연임할 수 있다. 최대 5년 임기가 가능한 것이다. 이 의장과 고 이사의 경우 둘 다 2010년 3월 선임됐으며 2015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5년을 채웠다.
나머지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김영진, 이종천 이사는 2011년 3월 선임돼 2015년 3월 임기가 끝나고 황건호, 김영과 이사는 각각 2012년과 2013년 선임돼 내년 임기는 3월까지다. 이들이 내년 3월 주총에서 사퇴한다면 기본임기 2년 이상은 채우고 물러나는 것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올해 3월에 선임된 조재호, 김명직, 신성환 이사 세 명만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이다. 결국 전체 사외이사 9명 가운데 6명이 임기의 대부분을 지내고 자리를 떠난다.
한편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사퇴여부에도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즉각 사퇴보다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모습이다. 오갑수 사외이사는 지난 9월 말, 박재환 사외이사는 지난 11월 25일 임기만료와 함께 퇴임했다.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하긴 했지만 사외이사직은 새로운 지배구조가 자리잡는 대로 내년 4월 임기만료 전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이 사외이사직도 그만두면 국민은행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만 남게될 것으로 보인다. 강희복, 송명섭 사외이사는 2015년 9월, 조인호 사외이사는 2016년 4월까지가 임기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