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수입차 리스시장의 넌 캡티브(Non-Captive)사이자 국내 대형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이 높은 신용등급(AA등급 이상)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에 나서면서 수입차 리스 취급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아가는 등 시장지배력을 더욱 더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한된 시장을 두고 취급사간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예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저마진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들은 수입차 리스 사업을 철수했으며, 영업 경쟁력에서 밀린 중소형 캐피탈사도 영업중단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수입차 전속 캡티브 리스사들 실적 고공행진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말까지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5.6% 늘어난 14만5844대로 집계됐다. 이중 법인 구매 대수는 5만8661대로 전체 40%에 달한다. 법인 고객 비중이 높다는 것은 수입차 상당수가 회사 명의로 리스 한 차량이 많다는 뜻이다.
사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가 거의 절대적이다. 전통적인 수입차 강호인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70%를 웃돈다. 이로 인해 이들 계열 전속 리스사 매출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독일차 BMW의 전속 여신전문금융회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올 상반기에만 39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미 지난해 1년 동안의 순익 307억원보다 많고 2012년 전체(155억원)보다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에만 8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BMW를 사는 고객들을 위해 리스 금융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여신전문금융회사다. 6월말 현재 이 회사의 자산 규모는 2조2961억원 수준이다.
BMW 측의 이익 규모가 얼마나 과다한 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할부 금융과 리스 금융을 지원해 주는 전속 캡티브사인 현대캐피탈과 비교해 보면 잘 나타난다. 6월말 기준 자산이 22조982억원인 현대캐피탈의 상반기 순익은 851억원이다. BMW의 덩치는 현대캐피탈의 10분의 1이지만 이익규모는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BMW는 차량 할부고객에게 현재 연 8.13~12.49%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고금리를 적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벤츠의 전속 여신전문금융회사인 메르세데츠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반기에만 자동차금융으로 100억원을 벌어 지난해(184억원) 실적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이 1조4784억원밖에 안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익규모는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벤츠는 연 2.6%의 저금리에 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해 영업에 쓰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 이외에 금리 인하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리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반 차량 판매시장 대비 고급 사양 수요가 많고, 그만큼 수익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츠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리스 차량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S클래스, E클래스 등 상위 클래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에 설립된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역시 올 상반기에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캡티브 파이낸셜사의 한 관계자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오히려 가격이 올라간 독일 3사의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속 파이낸셜회사 실적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은행계 캐피탈사들 수입차 리스 시장지배력 더욱 공고
이처럼 수입차 캡티브 파이낸셜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캐피탈, KB캐피탈, KDB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국내 대형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이들 캐피탈사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신용등급(AA)을 앞세워 2%대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회사채)해 공격적으로 수입차 리스 영업을 전개하는 등 취급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우선 하나금융지주 계열의 하나캐피탈은 수입차 리스 부문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을 상대로 한 설비리스 영업에 치중해 수입차 리스시장 규모가 6위 수준에 불과했으나, 주요 수입차 딜러 7개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은행 PB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려 국내 캐피탈사 가운데서 수입차 리스부문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올 들어 지난 9월말까지 3080억원 규모의 수입차 리스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미 지난해 실적(2918억원)을 추월했다.
KB금융지주 계열의 KB캐피탈도 올해 채널 다변화 등 수입차 리스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 기울인 끝에 지난해 실적(238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취급액(2610억원)를 기록했다. 또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캐피탈 역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앞세워 수입차 리스시장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KDB금융지주 계열 KDB산은캐피탈이 최근 수입차 리스영업에 전사적으로 나서면서 하나캐피탈과 KB캐피탈 등 선발 취급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이 회사는 수입차 리스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 만인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이 342억원을 기록하면서 당월 실적 기준으로 하나캐피탈을 추월했다.
이와 관련 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아래 수입차 전담사무소를 강남에 개설하는 등 공격적으로 수입차 리스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NH금융지주 계열 NH캐피탈과 JB금융지주 계열 JB우리캐피탈도 수입차 취급규모를 확대하기 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도입,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수입 신차 리스는 이미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
이처럼 수입차 오토리스 시장을 두고 취급 캐피탈사 간의 피 튀기는 영업전쟁을 지속하면서 수익률도 점차 떨어지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일각에서는 수입차 오토리스 시장은 넌 캡티브(Non-Captive) 캐피탈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고 단지 외형을 키우기 위한 레드오션 시장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취급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수입차 리스의 영업마진율은 1% 미만으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서울소재 중소형 캐피탈사 사장은 “노마진 구조로 바뀐 수입차 리스시장은 업계에선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고 설명한 뒤 “회사채 발행이 안 되는 중소형 캐피탈사 입장에선 대손충당금과 일반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달갑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우량한 신한캐피탈과 하나캐피탈도 수익률이 1%대 수준에 불과하다.
일례로 이들 캐피탈사의 경우 1년짜리 회사채 발행금리가 2.8%대로 비교적 낮지만,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은 취급 금융회사 간의 경쟁 과열 등으로 5%대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대손충당금(차량가의 0. 5% 적립)과 일반관리비(차량가의 1.0%) 등을 감안할 경우 실질수익률은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저마진 구조다. 수입차 리스시장을 둘러싼 수익구조가 이처럼 취약해지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취급 캐피탈사는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국내 대표적 자동차금융 캡티브사인 현대캐피탈은 올 초에 수입차 리스시장에서 철수 했으며, 효성캐피탈 등 올 초에 리스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수입차 리스의 취급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메리트가 이미 상실된 만큼 캡티브 사로써 국산차 리스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아래 이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일부 캐피탈사가 수입 신차 리스시장에서 영업을 중단하거나 사업을 철수하면서 중소형 캐피탈사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중소형 캐피탈회사 한 CEO는 “안정적인 취급액 확보가 가능하고 대손율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마진이 박해 총자산순이익률(ROA)이 1% 미만으로 타이트한 수익구조 때문에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할 지 고심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캐피탈회사 사장도 “아직까지 수입 중고차 리스 사업은 수익률이 비교적 괜찮아 신차 리스영업 중단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금융지주계열 캐피탈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 역시 수입 신차 취급규모를 줄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올해 수입 신차 리스시장에도 구도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