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위험전가사례 연구로 자본확충 부담 덜 것
배상책임보험 활성화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초점
지난달 19일 개최된 보험연구원 CEO 조찬회에는 상당수 보험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직접 Q&A를 가지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는데 이전의 의례행사 같은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만큼 업계가 갈망했지만 쉽게 드러낼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았다는 의미다.
덩달아 보험연구원의 행보도 폭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한동안 조용했던 보험연구원이 그간 기획한 안건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인구구조 고령화, 저성장와 저금리, 재무건전성 강화 등 보험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진단하고 보험업 발전의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 업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4일 여의도에서 강호 보험연구원장을 만나봤다.
◇ 재무건전성 로드맵 구성에 크게 기여
강 원장이 취임한 2013년, 보험연구원은 5개의 핵심연구과제를 설정해 세미나와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재무건전성 강화 로드맵 제시 △공사협력을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 △보험산업 환경변화와 판매채널 전략 제시 △보험산업 경쟁정책 합리화 방안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 및 운영구조 재정립 등이 그것이다. 재무건전성 강화는 국제적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도 비켜갈 수 없는 분야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RBC 강화계획과 부채시가평가가 보험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로드맵을 제안하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6월, 제1차 정책세미나를 열어 건전성 규제의 국제적 트렌드를 점검하고 국내 RBC제도와 보험사 리스크관리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1차적으로 모색했다. 이어 11월에 열린 2차 세미나에서 2018년 국제회계기준 2단계(IFRS4 Phase II) 시행에 대비한 ‘先 부채적정성평가 강화, 後 RBC 강화’를 제시했다.
강호 원장은 “금융감독원은 우리 원이 제시한 로드맵 제안사항 중 많은 부분을 수용하고 올해 3월에 ‘재무건전성 선진화 로드맵’을 발표했다”며 “2014년 4~6월까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경영T/F 참여해 상품, 자산운용, 리스크관리와 관련된 이슈를 검토하면서 건전성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알렸다.
환경변화와 판매채널 전략제시에 대해서도 채널별 상품인가와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했다. 특히 한창 시끄러웠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의 일환으로 관련 법률안이 발의된 가운데 이에 해당하는 설계사의 법적지위 변화와 수용 가능성 등을 파악해야 했다. 강 원장은 “금융위 주관의 ‘2014년 시장·영업 T/F’에 참여해 단종보험대리점,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등 새로운 판매채널 도입방안과 설계사 모집이력시스템 구축, 설계사 PB기능 강화, 설명의무 강화 등 모집관행 개선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 IFRS 2단계 도입 따른 전반적 로드맵 필요
올해도 취임 2년차를 맞아 2차년도 후속 핵심연구과제를 선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재무건전성 규제 로드맵에 대한 연구, 건전성 강화를 위한 보험사의 대응전략, 고령화시대의 사적안전망 역할 제고 방안 등이다. 여기에다 세 가지 핵심연구과제를 추가 선정했다. 보험사 수익구조 개선,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 신성장 동력 발굴인데 6월 19일 개최된 CEO 조찬회는 그 시작이다.
강 원장은 “올해 주요 연구과제는 지난해에 이어 RBC 신뢰수준 99% 상향과 권고수준 120~130% 하향효과를 검토하고 부채시가평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RBC 강화플랜 시행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는 거 외에도 IFRS 영향 평가를 병행해 전반적인 로드맵 평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1차 정책세미나가 9월초에 열릴 계획”이라며 “이에 앞서 8월에 건전성 규제 로드맵에 대한 CEO리포트가 발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건전성 규제강화에 대해 보험사의 대응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보험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구조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반대로 리스크를 줄여 자본확충 부담을 덜게 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해외 보험사의 리스크 전가사례와 제도를 분석해 개선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고령화시대의 사적안전망 역할 제고방안도 연구과제로 채택됐다. 공·사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전체 사회안전망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사적안전망 역할의 체계적 모색이 필요해서다. 건강보험과 연금을 중심으로 10월에 CEO리포트가 발간될 예정이며 11월말에 정책세미나도 개최된다. 또 이를 해외와 연계한 ‘글로벌 공·사 건강보험의 상호발전 방향’ 국제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다.
◇ 수익구조 개선과 해외진출 협력 강화할 것
최근 가장 주목받은 보험연구원의 행보는 보험사 수익구조 개선이다. 정작 본업인 리스크 관리를 통한 위험률차익보다 사업비차익에 편중된 형태는 수익구조의 불안정성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이익을 위험률차익에서 확보해 다양한 상품공급이 가능한데 이는 위험률 관련규제가 상당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최소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자 규제는 해소가 필요하다.
다른 측면에서는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출을 위해 소비자 금융역량 강화, 소비자 중심 경영체제 구축, 소비자 보호체제 강화 등의 3가지 방향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9월에 관련 CEO 리포트를 발간하고 10월말에 신뢰도 제고와 민원 해결방안, 소비자 금융역량 강화방안에 관한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수익다변화 및 경영효율성 제고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대공황 이후 미국, 영국 등의 금융사들은 경제여건 및 규제변화에 대해 사업모델 및 지역다각화, 상품, 서비스 및 프로세스 혁신 등으로 성장동력을 지속 확보했다.
강호 원장은 “AXA, ING 등 보험업 중심의 금융그룹과 주요 생·손보사들은 해외진출을 통한 지역다각화, 투자수익 다변화로 수익원을 확대했다”며 “성공적인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선 경쟁력이 뒷받침되야 하고 진출방식도 현지법인 설립 외에 지분투자, 인수합병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배상책임보험을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보고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과 비교해서 일반배상책임보험, 제조물배상책임보험, 전문인배상책임보험,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등 주요 종목이 전체적으로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배상책임보험은 주로 의무보험인 경우가 많은데 의무보험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정부 각 부처, 금융당국, 보험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관리하고 30여개의 개별법을 하나의 법체계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11월초에 ‘신성장 동력 발굴’이란 주제로 경영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대정부 지원활동으로 노후의료비 보장을 위한 보험상품 도입방안 제언을 통해 민영보험을 활용,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노후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후의료비를 보장하는 기능을 더한 신상품 도입에 기여하고자 한다. 글로벌 전략 활성화를 위한 해외협력 역시 강화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금융위와의 교류해 양국 간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서로의 보험산업을 소개하고 있다. 몽골 보험위원회와도 교류하고 있어 양국 간 협력증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에 강호 원장이 몽골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강 원장은 “해외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사업이 가능한 지역과 국내 보험사 진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해 보험산업의 해외다각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보험사의 겸영 및 부수업무와 관련된 주요국 규제를 비교, 정책당국에게 규제완화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 보험연구원 강호 원장 프로필 〉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