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 인근에서 만난 김찬회 ACE생명 태진지점장도 이런 신조를 입버릇처럼 말했다. 신생보험사라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은 ACE생명이지만 ‘명품은 광고하지 않는다’라는 컨셉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김 지점장은 외국계 생명보험사에서 10년을 넘게 영업을 해온 베테랑으로 2008년 ACE생명이 뉴욕생명이던 시절에 이곳 태진지점장으로 왔다. 태진지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ACE생명에서 실적 1위의 브랜치다.
그가 보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다. 광고대행사 마케터로 일하는 도중 홍보팀 직원의 소개로 보험영업을 처음 접했다. 처음에는 보험가입 얘기인 줄 알고 5번이나 약속을 미뤘다면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자본시장통합법에서 보험의 비전을 봤어요. 영업을 하면서 꼭 보험뿐만 아니라 타 금융상품도 취급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에 혹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현실화됐죠.”
김찬회 지점장이 일하는 ACE생명은 2011년 ACE그룹이 뉴욕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서 새로 탄생한 보험사다. 국내에서 활동한 시기가 짧기 때문에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지만 영업과 마케팅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명품은 광고하지 않는다’는 컨셉은 여기에 걸맞은 문구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보면 김찬회 지점장이 자신의 회사를 ‘탄생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생동감이 넘치는 젊은 청년기업’이라고 소개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한국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조직이 스피디하게 움직인다는 게 장점입니다. 리크루팅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대상자에요. 저희 지점에서 젊은 설계사가 80% 정도라 생동감 있어 고객층도 거기에 따라가는 것 같아요.”
이렇듯 젊은 보험사, 젊은 설계사, 젊은 비전, 젊은 리더들이 꾸리는 태진지점의 장으로서 그는 요즘 젊은이들의 인식과 세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보험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너무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는 판단이다.
“생명보험의 본래 기능은 가장 유고시 가족들을 보호하는 울타리라고 했기에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미혼은 안 뽑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미혼 설계사가 많이 들어오다 보니 사망보장 등 사후관리보다는 질병, 사고에 대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험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완화됐죠.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한국은 사망보다 장수가 리스크가 된 시대를 맞고 있다. 직장인들의 화두는 유병장수와 은퇴이며 금융권의 마케팅 포커스도 노후컨설팅에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택시숫자보다 암환자가 많다. 특히 경제력이 떨어지는 젊은이들의 경우, 본인이나 가족이 암을 앓게 되면 경제적으로 큰 데미지를 입게 된다.
정년이 점차 짧아지는 이런 시대에는 돈 버는 시간(15~20년) 안에 소득과 지출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승패가 좌우된다. 생명보험 설계사가 단순히 셀러가 아닌 평생 매니지먼트의 ‘ship’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보험은 사람을 매개로 하는 금융상품입니다. 보험영업은 ‘발품을 기반으로 지식노동산업’라고 할 수 있죠. 설계사는 고객과 단순히 사고파는 관계보다 긴 호흡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관계로 가야하는 게 정석입니다. 초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꾸준한 수선·보완이 되어야 하니까요.”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