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출구전략 시 외환보유액 확충 전략은 유동성위기 해소에 도움 돼
한국의 월간 수출은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 수준을 돌파했다.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선진국들의 수요 확대가 우리의 눈부신 수출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의 경상수지도 21개월째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외환보유액도 10월말 현재 3432억 달러가 되었다. 이제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에 1에 달하며 한국은 세계 7대 외환보유국이다. 대부분 신흥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이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로써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서 경제가 회복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성과에 무작정 자만하고 방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같은 ‘위장된 축복(祝福)’이 선진국과 환율전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너무 많으면 인플레와 자산 버블 위험이 있다. 반면에 부족하면 외화자금 경색 및 디폴트가 우려된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는 외국자금이 얼마나 많이 국내로 들어왔다가 위기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외환보유고의 적정 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적정수준의 외환을 보유하는 것에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서 정부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환율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최근에, 미국 재무성은 “반기(半期) 통화보고서”를 통해서 한국정부에게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교역상대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서 미국에 대한 수출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지 않도록 경고할 목적으로 작성하고 있다.
미국 재무성은 외환시장 개입을 시장여건이 매우 불안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원화의 가치는 대규모로 늘어나는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을 반영해야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책당국은 원화가치 상승이 수출을 저해할까바 걱정한다.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지난 7월-11월 기간동안 8% 가량 절상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본이 아시아 신흥국들 중에서 한국을 선호하는 바람에 환율이 더욱 강세를 띠고 있다. 한국의 정책당국은 미국 연준(聯準)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외국자본이 갑자기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따라서 외환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정부는 시장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극심한 외환부족을 겪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또 다시 유동성 곤란을 당한 경험이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실시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돈을 찍어내서 자국통화 가치를 떨어트리고 수출을 확대해서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는 것이다. 미국은 비록 신흥국들의 시장개입은 비난하면서 양적완화는 국제무역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연준의 벤 버낸키 의장은 양적완화가 선진국 경기를 회복하는데 기여했으며 그 덕에 신흥국들도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양적완화가 이웃 나라를 궁핍하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부유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궤변(詭辯)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외환시장 개입도 이웃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정책인가. 양적완화나 외환시장개입은 모두 자국통화 가치를 낮추고 불경기를 교역상대국에 떠넘기는 인근궁핍화(隣近窮乏化)정책이다.
이렇게 볼 때 환율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 양적완화의 피해를 줄이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외환보유액 확충은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응해서 원화의 급격한 절상을 억제할 뿐 아니라 외환보유액 확충은 그 자체가 확장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선진국이 출구전략으로 돌아서면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유동성 위기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