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흐림, 간간이 소나기."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최근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창업시장을 이렇게 분석했다. 우리나라 창업시장, 도대체 무엇이 무엇일까?
◇ 창업활동 측면…창업시장에 활기부족
우선 국내 창업시장의 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창업활력을 나타내는 기업 신생률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가동사업자 대비 신규 사업자로 나타내는 기업 신생률은 2001년 28.9%에서 2011년 20.2%로 떨어졌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초기 창업활동 비율도 2001년 12.3%에서 2012년 7.0%로 떨어졌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상승했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초기 창업활동 비율은 18~64세 인구 중 현재 사업을 시작했거나 42개월 이하로 경영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창업해도 오래 버티지를 못한다. 이것이 두 번째 문제다. 창업 이후 평균 58.6%가 3년 미만에 폐업하는 등 사업의 안정성이 낮다. 신규 사업자들의 17.3%는 1년 미만, 41.3%는 1~3년 미만에 폐업했다. 창업 기업 중 생존 기간이 가장 짧은 산업은 서비스업으로 나타났는데, 그중에서 개인 사업자의 창·폐업이 활발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안정성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세 번째 문제는 신생 기업의 90% 이상이 고용주만 있는 1인 기업이며, 10인 이상 기업은 1% 초반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창업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이 왜 문제일까? 2011년 기준, 폐업한 기업의 94%가 고용주 없는 1인 기업이고 종사자 10인 이상은 0.9%에 불과했다. 즉 생존율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들은 안정성이 낮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에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공한 창업가를 발굴하고, 창업 교육을 확대하며, 창업 기업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밀착형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창업 구조 측면…창조형 창업이 없다
한 집 건너 치킨집·커피숍·편의점, 한 골목에 몇 개씩 몰려 있는 레스토랑·호프집·노래방 등 국내 창업시장은 천편일률, 과당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창업은 신규일자리 증대와 신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창업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네 번째 문제는 일자리 증대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의 창업(창조형 창업)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창의성과 연구개발이 실현되는 지식 산업의 창업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제조업 창업의 약 50%도 저기술 분야에 집중됐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 신규 사업자를 보면, 지식 산업의 비중은 15.4%로 낮고 신생률도 2008년 22.6%에서 2011년 20.6%로 2%p 떨어졌다. 전국 사업체 중 지식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16.7%로 미국 34.4%(2007년 기준), 독일 30.6%(2010년 기준)보다 크게 낮다.
또한 국내 주력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창업도 저조하다. 이는 관련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신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별 국내 산출액 비중은 제조업, 서비스업, 전기·전자, 화학제품, 수송장비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의 창업 비중은 1%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형 창업의 활성화를 위해 창조형 창업 펀드를 활성화하고, 특허 등 지식 자산에 대한 평가 시스템 구축하고 지식 산업과 국내 주력산업에서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창조형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산·학·연 연계 창업 네트워크와 성공한 창업가의 경험을 활용한 '창업 코디네이터(start-up coordinator)'를 활성화해야 한다.
◇ 창업 환경 측면…창업 지원이 열악하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창업콘텐츠의 중요성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창업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변변한 창업 미디어나 매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우리나라 창업 환경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도 있겠다.
이렇듯 부족한 창업 환경도 국내 창업 시장의 문제다. 열악한 창업 환경은 창업 의지를 낮추고 있다. 우리 국민은 창업 기회와 능력에 대한 인식은 낮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높아 혁신적인 창업가들이 등장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소득 대비 창업 비용이 많이 들고, 지식 이전 수준 등도 낮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국내 창업 환경은 창업까지의 절차, 소요시간 등이 간소화됐으나, 소득대비 창업비용은 14.6%로 미국 1.4%, 일본 7.5%, 독일 4.9%보다 크게 높았다. IMD가 평가한 국내 창업 수월성도 48위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매우 낮았다. 또한 창업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지식이전(knowledge transfer) 수준도 25위로 미국, 독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일곱 번째 문제는 금융시장에 조달할 수 있는 창업 금융의 규모가 작고 접근성도 낮다는 것이다. 창조형 창업을 지원하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규모는 2012년 기준 1조 2000억 원 규모다. OECD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 규모는 2009년 기준 GDP의 0.030% 수준으로 창업 국가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GDP 대비 0.175%, 미국 0.08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접근성과 기술개발 펀드 활성화도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낮다. IMD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에 대한 접근성은 39위로 미국 3위, 이스라엘 5위와 같이 벤처 산업이 잘 발달한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낮았다.
이에 △폐업 이전에 사전 신고제를 도입함으로써 폐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재창업 교육 과정을 보다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정직한 실패자'가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창업 준비에서 사업 시작까지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해 창업 환경의 경쟁력을 높이고 효과성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선미 기자 coup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