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승렬 국민은행 화정동지점장(경영학 박사), ‘한국부자들의 부자일지’ 저자
최근 국내 한 금융사가 30대 이상 700명을 대상으로 은퇴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했는데, 조사대상자 중 86% 가량이 ‘부족한 재정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 필요한 예산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이 무려 53%나 된다는 점이었다.
부동산만으로 은퇴준비 가능할까?
게다가 그동안 은퇴자들에게 cash cow(현금을 만드는 수단) 역할을 했던 부동산은 이제 자신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짐으로 변해가고 있다. 1990년 일본의 장기불황 초입에서 발생한 고령화·재정악화·부동산의 버블 ‘판박이’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인구가 늙어가고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1990년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전체의 12%였는데, 우리나라도 2010년을 기준으로 11%에 이르렀다. 게다가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더 빠르다. 이는 경제활력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요가 부족하게 되고 경기침체 가속화로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 1990년 일본의 부동산 가치는 GDP의 5.6배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2006년 부동산 가치가 GDP의 4배가 넘었다.
그럼 한국 부자들은 이런 흐름 속에서 은퇴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국 부자들의 은퇴관리는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세부적이다.
부자의 은퇴준비 이렇게 다르다
첫째, 소득구조부터가 다르다. 한국 부자가구의 총소득은 평균 4억 1200만 원인 반면 일반가구의 평균 총소득은 4700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부자는 재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36%인 반면 일반가구는 0.4%에 불과하고 근로소득 비중이 8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일반가구의 구성원이 퇴직하면 소득이 줄어들거나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퇴직시점이 다르다. 한국부자들은 평균 66.9세를 은퇴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일반가구는 평균 57세였다. 부자들의 평균 은퇴 시점이 늦은 것은 본인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는 직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 은퇴자금 준비의 내용이 다르다. 한국 부자의 경우 100%가 은퇴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 수단도 부동산, 예적금, 직간접 투자, 사적연금 등 다양했지만, 일반가구는 강제적 성격의 공적연금 의존도가 높았다. 나라가 어려워지거나 경기가 어렵게 되면 그 영향을 많이 받아 연금액이 변동될 공산이 크다.
자신만의 은퇴계획을 세워보자
이같은 차이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먼저 평생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다양한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원천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불경기에도 버틸 수가 있다. 또한 현재 자신의 나이를 감안한 실행 가능한 투자와 은퇴 준비가 필요하다. 너무 무리한 투자를 삼가라는 것이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종잣돈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은퇴준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실행 가능한 은퇴계획을 통해 안정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행이 불가능한 은퇴준비로 그나마 의욕마저 잃을 수 있다.
관리자 기자 adm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