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재테크 고수 K씨는 자신만의 비기로 '예금풍차 돌리기'를 추천했다. K씨는 "한 계좌에 매달 일정액을 넣는 적금 대신 100만 원씩이라도 여윳돈이 생기면 새로운 계좌에 예금을 든다"며 "1년이 지나면, 매달 만기가 돌아오니까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는 최고의 재테크법"이라고 소개했다.
목돈을 가장 안전하게 마련하는 재테크의 고전은 바로 정기적금이다. 매월 월급을 타는 샐러리맨의 재테크 첫걸음이기도 한다. 그런데 K씨처럼 최근엔 적금 붓듯 매월 정기예금통장을 개설하고, '예금풍차 돌리기'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매달 '예금'에 가입하라
예금풍차 돌리기의 원리는 이렇다. 우선 1년간은 풍차의 뼈대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W씨가 월급에서 지출금 등을 제외하고 100만 원을 투자할 수 있다면, 그 돈을 정기적금을 붓듯 매월 가장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을 찾아 가입한다. 그렇게 매달 정기예금 통장을 개설, 1년 간 열두 개의 정기예금 통장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꼭 열두 개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한 달에 두 개씩 1년에 스물네 개를 만들 수도 있고, 분기당 해서 네 개를 개설해도 된다. '예금풍차를 돌려라'의 저자 정승희씨는 "직장인들은 한 달에 한 번 월급이 들어오니까 1년에 열두 개가 관리하기가 가장 편하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정기예금은 목돈을 굴리는 방법이다. 가입금액에 제한이 없는 정기예금 상품도 있지만 50만 원 이상, 100만 원 이상 이렇게 대개는 가입금액에 제한이 있다.
이 금액이 부담되는 사람은 시작하기 어려운 것일까? 예금풍차 돌리기는 몇만 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데, 이때는 정기적금으로 시작하면 된다. 예를 들어 첫 달에 3만 원짜리 정기적금에 가입하고 매달 3만 원씩 자동이체를 설정해 놓는다. 둘째 달에도 또 3만 원짜리 정기적금에 가입하고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셋째 달에도 3만 원짜리 정기적금에 가입한다. 첫째 달에는 3만 원, 둘째 달에는 6만 원, 셋째 달에는 9만 원으로 매월 저축액이 늘어난다. 이렇게 12개월이 지나면 매월 한 개씩 원금 36만 원의 정기적금 만기가 돌아온다. 그때부터 매월 급여를 추가해 정기예금을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1년이 지나면, 매달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2년 차부터 예금 풍차가 본격적으로 돌아간다. 이때 중요한 것이 매월 만기 금액, 즉 원금과 이자를 그대로 재예치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2년 차부터의 정기예금 가입액은 1년 차 원금과 이자에 2년 차 추가불입액을 더한 것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복리 효과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종잣돈을 모은 Y씨는 "5년 이상 장기 투자가 관건"이라며 "확정적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나 월급이 조금 오르면 추가 불입하는 저축액도 그만큼 늘려나가면 된다.
유동성 확보에 유리
열두 개로 쪼개져 있으면 목돈을 1년간 묶어두는 것보다 유동성도 좋아진다.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1년이 지나야만 만기가 되고 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비 등으로 소액의 급전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예금 풍차 돌리기를 시작한 지 1년만 지나면 매달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할 땐 쓸 수 있다. 1년 이상 장기로 돈을 묶어놔야 하는 정기예금 상품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셈이다.
K씨는 "적금은 1년이 지나야 만기가 돌아오는데, 만기 전에 해약하면 손해지만, 예금에 쪼개서 가입하면 소액 예금 몇 개만 해약해도 된다"고 말했다.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소액의 돈도 낭비 없이 지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너스로 50만 원이 생겼다고 했을 때, 그 달 정기예금에 이 돈까지 더해 추가 불입하면 되는 것이다.
금리 하락기엔 손해 볼 수도
적립식 펀드의 장점 중 하나는 코스트에버리징 효과에 있다. 매달 같은 돈을 투자하는 경우,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수의 주식을 사고, 주가가 낮을 때는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주식을 사서 평균 매수 단가를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예금풍차는 금리혜택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월 가입하니까.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은 한 번 가입하면 약 1년간은 특별히 관리할 것이 없다.
그런데 예금풍차는 매달 관리해야 한다. 매달 만기일을 챙기고, 높은 금리의 상품을 찾아야 하고. 이렇게 재테크 운영에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매달 이렇게 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쉬운 일도 아니다.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을 활용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는 해도, 열두 개의 통장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을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정확히 1년 후 어떤 성적표를 받고 싶은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다. 내가 지금 월 100만 원을 정기적금에 가입한다면 1년 후에 약 1226만 원(세전)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예금풍차를 돌리면 104만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조건 쪼갤 것이 아니라, 자산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후에 시작하도록 하자.
관리자 기자 adm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