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 영역분쟁 (上)] 제3보험 득세와 근접하는 생·손보](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0515212812124416fnimage_01.jpg&nmt=18)
“21개의 생보사를 순회해보니 업계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고 타 업권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강했습니다. 특히 중소형사가 심했는데 이들은 연금시장 등 생보영역이 은행, 손보사들에게 침범 당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연금시장의 반 이상을 은행권이 독식했으며 제3보험을 통해 손보사들도 생보영역에 자꾸 들어오고 있다는 거죠.”
김규복 생보협회장이 작년 3월, 간담회 자리에서 스물 한 곳의 생보사를 방문해 대표들을 접견한 후 느낀 소감을 말한 것이다. 갈수록 불분명해지는 권역 간의 경계와 생보 고유의 영역을 뺏기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함축된 말이다.
◇ 해마다 근접해지는 매출격차
한동안 생·손보 간의 매출격차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FY2007(2007년 4월~2008년 3월) 양 업계의 수입보험료 차이는 41조8000억원으로 생보가 손보의 2배 이상이었으나 FY2009 33조8000억원, FY2010 32조6000억원, FY2011 28조2000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같은 기간 생보업계의 수입보험료는 75조1000억원에서 88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손보업계는 33조3000억원에서 60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둘 다 성장세임에도 손보의 성장률이 생보를 훨씬 넘어서면서 무섭게 따라붙고 있는 것.
FY2012에는 즉시연금으로 생·손보의 격차가 다시 벌어졌으나 이를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생보사 관계자는 “즉시연금 부분을 제외하고 나면 오히려 격차는 더 줄었을 것”이라며 “세제이슈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지 생보사의 경쟁력 제고에 따른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제3보험의 확대, 누가 더 이득?
손보업계의 급성장 배경에는 장기보험의 힘이 컸는데 FY2008부터 매년 5~6조원씩 성장하던 장기보험 중에서도 저축성보험이 해마다 3조원씩 늘어나면서 양적팽창을 주도했다. 손보사로선 장기간에 걸쳐 계속보험료가 들어오는 장기보험으로 외형을 키우고 설계사의 소득과 정착률도 높여왔던 것. 그 외 2~3조원의 성장분은 제3보험 혹은 장기인보험이라 불리는 상해·질병보험에서 증가한 수치로 생·손보사가 모두 팔 수 있는 제3보험의 득세는 생보사들에게 저축성보험 못지않은 위협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손보업계 매출에서 장기보험 비중이 70~80% 수준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생·손보사의 70~80%가 유사하다는 의미다”며 “이에 따라 리스크 구조도 유사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생보사는 역마진으로 대변되는 금리리스크, 손보사는 손해율로 대변되는 보험리스크가 컸는데 이제 손보사의 리스크 비중을 보면 금리리스크와 보험리스크가 반반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생보업계 한 임원도 “더 이상 소비자들은 암, 간병, 실손 등 건강보험의 영역에서 생·손보 구분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생보 고유영역은 종신과 세제비적격, 변액보험 외에는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 종신, 세제비적격이 마지노선
손보업계가 줄기차게 금융당국에 건의한 요구사항 중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이 보험기간 규제 철폐와 세제비적격 연금상품 취급이다. 손보사의 저축성보험은 보험기간이 15년으로 막혀있어 그 이상을 유지하려면 재가입해야 하는데 이때 초기사업비를 중복으로 부과한다.
납입보험료 연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해주는 세제적격 연금저축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수령기간이 55세 이후 5년 이상, 보험업감독규정으로 수령기간이 5년 이상 25년 이내로 제한돼 80세 이후에는 수령이 안 된다. 보장성 역시 질병사망의 만기가 80세, 액수는 최대 2억원으로 규정됐다.
또 10년 이상 유지시 비과세 혜택을 주는 세제비적격 연금보험도 취급하지 못한다. 때문에 손보사들은 노후시장 공략을 위해 80세 이상인 종신의 영역과 세제비적격 상품의 벽을 끊임없이 뚫으려 시도했고 생보사들은 이를 필사적으로 막아야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실손의료보험을 생보사에게 개방한 후 손보업계선 반대급부로 연금보험을 확실히 받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했다”며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노후시장이 황금시장이 된만큼 손보사도 결코 뒤처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생·손보업계의 영역갈등은 금융당국의 정책도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입이 주장된 노후의료비보장보험이 계속 난관에 부딪히다 연금의료비저축으로 전향된 것도 손보사들이 이 상품을 통해 기간제한을 깨려 한다는 생보사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금융위원회가 고령화에 대비하고자 구성한 ‘고령화 TF’ 실무라인에서 손보업계를 제외한 것 또한 생·손보 분쟁으로 진행이 틀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당시 논의도중 생보사 관계자들이 격분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바람에 금융위 담당자가 뒷수습에 진땀 흘렸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손보상품의 기간제한과 세제혜택은 생보사들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이 부분의 경계가 무너지면 그때는 생·손보의 구분이 정말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