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보험설계사가 예전에 문제가 있었다면 가입자 및 제3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보험업법상 제재받은 설계사가 아니라면 딱히 방법은 없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은 사내제재를 받았다면 사내 인트라넷에 기록이 되지만 다른 보험사 혹은 보험대리점(GA)으로 이전해버리면 조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럴 경우는 평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위의 사례처럼 지사장급 설계사가 작심하고 사기를 치면 모두가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계사 등 보험유관업종 종사자들이 보험사기에 많이 연루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이 때문이다. 아직 체계가 안정되지 않고 합종연횡이 많은 GA에서는 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
생명·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는 모집종사자 등록조회 코너가 있지만 이는 가입자가 설계사를 조회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사가 자기의 경력사항을 조회하는 기능만 있다. 즉 관리하는 고객 수, 유지율, 이전경력, 해지 및 민원발생률 등 설계사의 역량과 신뢰성을 가입자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특히 보험은 지인영업이 많기 때문에 정말 지인만 믿고 가입하는 경우가 다분하다.
◇ 설계사정보, DB화 할 수는 없나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민원감소와 설계사들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선 이런 사항들을 조회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모집인들이 양적으로는 늘고 있지만 질적인 성장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험민원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설계사의 이전경력 및 객관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위험성이 다분한 모집인들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유난히 이직을 많이 한 설계사나 한 번에 많은 수의 인력을 이끌고 이동한 적이 있는 간부급들만 내부적으로 등록해 살펴보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미 몇 차례 설계사들의 주요정보를 DB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란 벽에 부딪혀 시도도 못하고 가라앉았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예전에 몇 번 얘기 나온 적은 있지만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되는 추세라 공론화되지 못하고 사그라졌다”며 “업계 전체와 GA소속 설계사들의 정보를 받아서 작업해야 하는데 아직 법적근거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 반발 우려되고 현실적으로 어려워
반면에 설계사들은 이를 반대하는 견해가 많다. 일단 타인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조회한다는 것 자체가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유지율 및 해지율은 상품특성에 따라가는 경향이 큰데다 시책을 걸고 판촉하는 상품을 아무래도 많이 팔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민원은 블랙컨슈머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설계사의 역량 및 신뢰성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GA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실적압박을 받는 영업환경에서는 어느 정도 연차가 된 설계사들은 웬만큼 ‘흠집’이 다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신뢰성을 평가하는 기준도 애매한데 고객 수, 유지율 및 해지율, 민원발생률 등은 객관적 평가지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시행된다 해도 개인정보 사용동의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보험영업인들의 정보를 모두 동의 받고 DB화 한다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작업이 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만약 한다면 개인정보 사용동의를 받고 DB를 구축하는 일은 상당히 큰 작업이 될 것”이라며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공론화를 충분히 거쳐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