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민간 방재기관으로 발전·도약”
화재보험협회의 제15대 이사장으로 이기영 전 LIG손보 사장이 선임됐다. 특히 이번 이사장 선임은 사상 최초로 공모를 실시해 어느 때보다 관심도가 높았다.
이 신임 이사장은 31년간 대형 손해보험사 중 하나인 LIG손해보험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CEO까지 올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화재보험협회와 손해보험업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는 각오다. 이 이사장은 “협회 40여년 역사상 최초의 공개 모집 이사장으로 선임되어 향후 3년간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한 조직의 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손해보험사 근무 시절 화재보험협회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이사장 공모에 참여하면서 협회 업무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나름대로 어떻게 이끌어갈 지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그 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활안정과 손해보험 업계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며, 기본적으로 조직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성장동력을 찾아 실행토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화재보험협회의 역할은 더 커진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1970년대 초 대연각호텔·시민회관 화재 등 대형 인명피해를 수반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보험회사가 방재전문기관을 설립·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모델로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이에 따라 1973년 설립되었다. 사람이 건강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야 하듯이, 건축물과 산업시설도 재난예방을 위해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는데, 이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 바로 화재보험협회.
화보협회는 특수건물이라고 하는 전국의 중대형 건물 3만3천여 건에 대해 매년 무료로 화재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건물별 화재위험도를 분석하고 보험료 할인율을 산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검 자료는 손해보험회사에서 보험인수에 필요한 언더라이팅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화재발생을 줄이기 위한 화재예방 홍보활동, 국내외 방재기술 자료 수집 및 조사·분석, 국가 보안을 요구하는 방위산업체 및 국유건물에 대한 보험계약을 공동인수하고 있다. 1986년에 설립된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에서는 방화제품에 대한 시험·연구·인증과 방재기술교육, 화재조사업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기영 이사장은 “국가가 발전할수록 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기 마련”이라며, “우리나라도 화재발생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오히려 우리 협회를 비롯한 안전기관들의 역할을 더욱 확대·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부산 사격장 및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의 화재가 빈발하여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2010년 3월 화보법 개정으로 안전점검 대상을 더욱 확대하는 등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보협회의 연구 결과는 손보업계 위험관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안전분야에서 미래선진국형 민간 자율체계 정착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당국의 소방검사는 대상물 중 5%만을 표본으로 조사하고 있어, 화보협회의 안전점검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 예산 자급율 67%
보험업계에서는 각 보험사의 서베이 기능이 개별적 지출예산의 과다로 계속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화보협회의 안전점검 결과를 보험사가 공유하여 언더라이팅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전체 손해보험사의 비용절감에 일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화보협회는 회원사에 대한 예산의존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화보협회는 FY2011 결산 기준으로 약 26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는데, 이중 93억원을 손해보험사로부터 방재활동협회비로 지원받고 나머지 167억원은 자체수입으로 충당했다. 이 이사장은 “협회 자체수입은 고유의 업무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직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손해보험사의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 “세계수준 민간 방재 전문기관으로”
이기영 이사장 공모과정에서 “화보협회를 최상의 방재 및 위험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생력 있는, 세계적 수준의 민간방재전문기관”으로 도약시킬 것을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이를 위해 4가지 경영방침을 세웠다.
첫째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이다. 협회의 기본적 역할은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점검과 사원사의 보험인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양질의 위험관리 서비스 제공으로, 이를 충실히 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
둘째는 고객을 위한 지속적 가치 창조이다. 이 이사장은 “변화와 혁신은 모든 기업에서 당연히 해야 할 활동”이라며 “고객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업무를 개발함으로써 고객을 위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성과주의 조직문화의 정착이다. 성과주의에 기반한 실행력 강한 조직만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가치로,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통해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리더가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는 화합과 신뢰의 경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비전 달성을 위한 인간존중의 경영이다. 이 이사장은 “조직구성원들의 능력을 존중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활용토록 하겠다”며, “협회 조직구성원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리더로서 솔선수범하고, 직원과 경영진 간 수직적 소통을 강화하며 칭찬과 격려의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손해보험사와의 업무 교류 확대
화재보험협회의 주 업무인 특수건물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가 보험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언더라이팅 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시험·연구를 통해 위험관리 업무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보험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손해보험 시장에서 화재보험 비중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어 손해보험업계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응하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 이사장은 “손해보험사가 출연한 민간 방재기관으로서 화재안전 및 위험관리를 수행하는 등 손보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한편, 손해보험업계 요구에 맞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또한 취임 후 보험업계를 모두 방문했는데, 앞으로도 보험업계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업무영역 확대
이기영 이사장은 기업휴지손실위험 및 배상책임손실위험의 추정방법과 보상실무를 연구·개발해 손보사의 일반보험을 활성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대규모 공장의 증가 및 업종 다양화, 첨단화됨에 따라 보험사 입장에서는 재물보험에 부가하여 기업휴지위험의 파악과 손실위험 추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업휴지손실보험에 있어 손보사의 보험목적물 인수 여부 및 규모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리스크 서베이와 언더라이팅 평가기법을 연구 및 개발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기법을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녹색경영 등 친환경 기업경영이 요구되면서 대기, 수질, 토양오염 등 화재 또는 재난으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배상책임이 중요하게 대두됨에 따라 배상책임손실위험의 위험 및 손실추정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배상책임보험에서 손보사의 보험목적물 인수 여부 및 규모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리스크 서베이와 언더라이팅 평가기법을 연구 및 개발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기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 프 로 필 〉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