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공시이율을 일제히 내렸다. 삼성생명이 4.9%에서 4.8%로 인하한 것을 비롯해, 생보사들이 4.7~5.1% 수준, 손보사들은 4.5~4.8% 수준이다. 5%대 중후반에 달하던 연초와 비교하면 무려 0.5~0.8%P 가량 낮아졌지만 여전히 자산운용 부담이 크다.
우선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국고채 금리가 12일 종가 기준 3년물 2.80%, 5년물 2.87%, 10년물이 3.02%까지 떨어졌다. 11일 첫 선을 보인 30년물의 금리도 3.02%로 보험사에 큰 위안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30년물의 경우 보험사가 선호하는 초장기상품인데다 금리가 최저보증이율 보다는 높다는 점에서 선호하고는 있다.
회사채·부동산이나 SOC 등 다른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2010년까지는 대형 건설 토목공사가 많아 투자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SOC 투자처도 마땅치 않다”며, “부동산 시장 역시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고객에게 장기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ALM(자산부채종합관리)관점의 채권, 대출 중심의 안정적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해야 될 필요성이 은행 등 타금융 기관보다 높다”며, “최근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ALM 스탠스에 급격한 변화는 없겠으나, 시중금리 하락으로 신규투자금리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과거 판매한 고금리 보험 상품의 부담금리 영향으로 이차역마진이 우려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일본식 장기 저금리 진행이 가장 부담되는 시나리오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보유자산의 이원제고 차원에서 우량 대출자산을 운용자산비 20%수준 이상으로 확보할 예정이고, 사모투자펀드, 기업금융 등 대체투자자산 기회 발굴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매물로 나오는 저평가된 우량자산 확보를 통해 미래 잠재이익을 확보해 나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운용 환경 악화에 업계안팎에서는 보험사들의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보험학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은 그간의 고성장 고금리 기조에 기대, ‘보험영업에서 본전만 해도 자산운용으로 이윤을 만들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영업을 해왔다”며, “이제는 자산운용이익을 제로로 놓고 보험영업을 통해 이윤을 내야 하는 만큼 전보다 더 정교한 리스크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자산운용보다는 보험영업을 통한 위험률차 이익·사업비 차익을 통해 이윤을 내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생명·손해보험 할 것 없이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MS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인데, 이로 인해 각 보험사들의 금리리스크가 커지는 ‘치킨 게임’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 역시 나중에는 각사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금리경쟁 만큼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