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은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하면, 보험사가 특정 병원 연계 상품을 판매해 미국식 의료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공보험 체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외국인 환자 유치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내국인 환자의 의료서비스와 무관하고 오히려 외국인 대상 민영건강보험시장의 확대와 새로운 수익기반을 확충하고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을 유인할 수 있다”고 반박, 보험사의 참여를 주장해왔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해 지난 13일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이 같이 주장했는데, 보험업계가 정부 측에 환자유치사업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만 했을 뿐, 정교한 명분 이른바 ‘백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보건산업진흥원은 생명보험협회에 △보험사의 유치 허용 시 순기능과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진료 실적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주장하고 있는 ‘보험사가 참여하면 의료서비스가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박 자료 △영세 유치업자와의 상생방안 등을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영세업자와의 충돌 문제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유치 영업을 하게 될 경우 단계적 허용, 일부 허용, 전면 허용 등에 따른 상세한 상생방안을 준비하도록 주문했다.
그런데 진흥원측이 요구한 자료들이, 협회가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료들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시민단체 측에서 ‘의료민영화’와 연관 짓고 있어 상당히 예민한 문제인데다, 특히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회 측이 아직 기본적인 자료들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올 2월에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보험사의 참여 허용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한 줄 들어가 있었을 뿐 당국으로부터 어떤 요구도 없었다”며, “회의를 이틀 앞두고 통보했기 때문에 자료를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고 따라서 협회가 비난을 받을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협회 내부적으로 도입효과에 대해 알아보고 있고 보험연구원 측과도 연계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를 검토 중인 보건복지부 메디컬코리아TF 정진이 팀장도 “이틀 전에 통보한 것이 맞고, 연초에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구체화된 사항이 없어서 생보업계 측이 아직 준비가 안됐던 것 같다”며, “향후 준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국인과는 무관하며, 국내보험산업의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완화를 역설하던 보험업계가, 정작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가 어느 정도의 사업성이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외국인에는 관심 없고 내국인, ‘공보험 흔들기’, 거대 보험사의 병원 지배가 목적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편 보건복지부 정진이 팀장은 “8월 내에 한 번 더 회의를 하기로 했고, 보험사의 해외환자유치 참여 허용 여부를 결정지으려면 연말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