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 조찬강연에서 “계열사에 대한 금융상품 몰아주기나 우회적 자금지원 등과 같은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관행이 상존한다”며 “공정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계열사와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또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모기업의 지원을 고려해 여신한도를 늘려주거나 신용등급을 상향해주는 관행도 확실히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권혁세 원장은 “2분기 중에 보험사를 중심으로 검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계열사 중에 핵심적인 위치에 보험사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금감원의 칼끝은 보험업계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 그룹에 소속된 보험사들은 계열사의 보험물건 대부분을 인수받거나 심지어 계열사 직원들의 퇴직연금까지 싹쓸이해 문제가 된 바 있다. 반대로 보험사가 계열사에 부적절한 저리 대출을 하거나 부실 계열사 대출에 보증을 서는 경우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보험사는 아니지만 최근에도 한 대형 캐피탈업체와 계열 유통업체간 ‘부당 저리대출’이 적발됐다.
이에 대해 학계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보험사와 계열사간 부당한 거래는 주로 재계서열 10위 이내의 재벌 대기업 그룹과 계열 보험사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금융감독원 역시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보험사가 그룹의 핵심인 중견 재벌들은 또 다른 형태의 계열사 몰아주기가 더 노골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험사 모기업 격인 한 대기업 그룹의 경우에는 계열사 몰아주기가 더욱 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룹오너 2세에서 3세 또는 3세에서 4세로 이어지는 기업상속 문제 역시 계열사 몰아주기를 통해 점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즉 오너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 명의로 MRO업체나 보험심사·손해사정 자회사, 또는 이 회사들을 아우르는 지주사를 세워 수의계약을 통해 이곳에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회사를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고 상속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실 자회사에 직접 신용공여를 하거나,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지급보증을 하는 등의 사례도 중견 재벌에 해당하는 보험사들에서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처럼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대기업 계열 보험사와 소속 그룹 간 부당거래를 잡아내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가운데, 그 수위에 대해 보험업계는 어느 때 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