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따라 대형화 또는 전문화
국제교류 통해 경쟁력강화·이미지제고
보험개발원 강영구 원장은 2012회계연도를 맞아 △보험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 및 수요발굴 지원△자동차보험 요율체계 합리화 및 손해율 안정화 지원 △통계·정보 분석서비스 확충으로 내실경영의 역량강화 지원 △환경(제도) 변화에 최적화된 현장 실무지원서비스 고도화 △위기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계리·리스크 관리 선진화 지원 등 다섯 가지를 사업목표로 설정했다. 강영구 원장은 “시장수요를 능동적으로 발굴하고 보험업계에 필요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등 모든 핵심역량을 보험산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 지원에 집중하기 위한 과제로 국내 보험산업이 최근 지속되고 있는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안정성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 시장포화? “성장여력 아직 크다”
앞서 언급한데로, 보험개발원은 2012년 사업목표 중 첫 번째로 보험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 및 수요 발굴 지원을 꼽았다. 이는 보험업계가 신성장동력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점을 보험개발원도 파악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생명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강영구 원장은 보험산업의 성장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 원장은 “2040세대는 재테크 수단 중 보험의 활용빈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또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4%라고 하지만 개인으로 보면 가입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녹십자생명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 원장은 “얼마 전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사장을 만났는데 현대카드의 성공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장에 대한 예리한 판단력과 변화에 대한 발전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었다”며, “기존 보험사들이 베이스라인을 쳐 놓은 시장 보다는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는 비즈니스모델로 전략을 설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 글로벌 플레이어와 리치마켓 플레이어
강영구 원장은 최근 보험업계에 불고 있는 M&A 돌풍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 원장은 “보험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M&A가 지금보다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위기 이후 활발한 합종연횡이 이뤄졌던 일본의 예를 들었다. 보험사 오너들이 사익보다는 산업과 기업을 위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일본의 경우는 오너들이 기득권을 내리고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간 것”이라며 “또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재직시절 금융위기 당시 매각을 진행하던 한 글로벌 보험사의 입찰에 국내보험사의 참여를 권유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강 원장은 “모 대형 보험사 사장에게 글로벌 보험사 입찰에 한 번 들어가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어떻게 하냐며 깜짝 놀라더라”며, “그런 대형 입찰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기업의 국제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굳이 인수를 하지 않더라도 조직관리나 경영관리 등 많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국보험사들이 국내 보험사 매각 입찰에 번번이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강 원장은 또 “현실적으로 대형화를 이루기 힘든 보험사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승부를 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각 보험사들의 규모와 사정에 따라 전략을 달리 가져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일반보험 시장은 무궁무진
강영구 원장은 손보사들의 일반보험 시장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기보험은 생명보험과 경쟁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일반보험은 손해보험 고유의 영역으로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장기보험 부문 확대를 위한 손보사들의 요구가 있지만 생·손보 겸영을 금지하는 원칙을 감안하면 생명보험사 수준으로 터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손보사들은 장기보험 외에 일반보험 시장에서도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는 배상책임보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원장은 “선진국일수록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의 주체를 명확히 가린다”며,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의 경우 가해 운전자뿐만 아니라 제작사나 정비소, 도로,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과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처럼 사고원인이 명확히 가려지기 시작하면 배상책임 보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또 “자동차보험의 경우 편의상 하나의 상품으로 묶지만 그 안에 배상책임, 재물, 제3보험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섞여 있는데, 이 같은 요소 하나하나가 자동차가 아닌 다른 것들에도 적용된다면, 손해보험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화재보험 역시 민간시설 외에 공공시설에 대해서도 가입 여력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 건전한 담보로 승부해야
강영구 원장은 입원일당 지급담보를 예로 들며 국내 보험사들이 상품개발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 원장은 “금감원 재직당시인 2006년~2007년에 보험가입금액이 5000만원 수준인데, 입원 일당이 무려 1일당 50만원·100만원인 상품이 있었다”며, “이처럼 리스크가 큰 상품들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보험사 경영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런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대해 ‘2~3년 후에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우려했는데 결국 이런 담보들로 인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덧붙였다.
즉 불량 담보로 손해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고 보험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원장은 “보험사들이 사회보장 기능을 다하면서도 국가경제와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담보로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 국제교류 확대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강영구 원장은 보험개발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해외 요율산출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강 원장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요율산출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하면 그 쪽에서는 우리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우리는 그 쪽 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해당 국가의 보험산업 발전과 국내 보험사의 해외진출 모두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또 “인접국가들의 요율산출기관들과 교류를 해보니 각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일본 등 우리보다 발달된 곳에서는 도움을 받고 덜 발달된 곳에는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그런 점을 잘 컨트롤해서 국제화를 한번 해보자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재직시절 IAIS(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 총회를 유치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강 원장은 “원래 서울은 IAIS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는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에, 국내에서 본인을 포함 10명이 참여해 전방위로 압박을 펼치자 개최지 결정을 바젤 회의로 넘겼다”며, “모니터링을 해보니 바젤 회의에서도 UAE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이슈페이퍼를 만들어 공격적으로 유치를 추진해 결국 다음 회의에서 유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강영구 원장은 “IAIS총회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적인 교류는 국내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미지 제고를 모두 이끌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프 로 필 〉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