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보험업계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동양생명 매입대금으로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이 보고펀드 측에 제시한 가격은 주당 2만2000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가격은 동양생명의 상장당시 공모가인 17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한 수준. 일각에서 나도는 ‘주당 2만6000원 제시설’은 낭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생명이 무리한 베팅을 할 경우 가장 먼저 반대해야 할 예금보험공사 역시 반대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2만6000원이라는 대한생명의 무리한 베팅은 자금회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리부 관계자는 “대한생명이 적정한 가격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예보 역시 대한생명이 과도한 가격을 적어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전문가들도 현재 동양생명의 지표를 봤을 때 2만6000원이라는 매입단가는 ‘승자의 저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적정인수 가격은 주당 2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다는 것. 현대증권 이태경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 주가가 시장에서 주당 14000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감안하면 18300원이 나온다”며 “2만6000원은 굉장히 도전적인 가격으로 사실이라면 논란이 클 가격”이라고 평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향후 50년간 동양생명이 현재의 계약 규모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가장 낙관적으로 적정 주가를 산출해도 2만600원 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인수 가격이 많든 적든 그런 부분은 회사나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봐야한다”며, “가격이 높으면 오히려 주가에도 반영돼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우선협상대상자는 ‘비밀’
한편 관계당국 및 동양생명관계자 등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이번 주 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당초 27일 확정하기로 했지만 양측간 의견 조율에 다소 시일이 걸린다는 것. 다만 특이하게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어느 쪽인지에 대해서는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함구한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들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지 않은 쪽과도 물밑접촉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노사관계 해결도 관건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까지 전개됐지만 아직 ‘고용안전협약’과 같은 노조와의 협상은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노사관계가 파업 등 악화일로로 확산될 경우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동양생명 노조는 지난 1월부터 매주 수요일 동양생명 본사 사옥 앞에서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동양생명노조 김일영 위원장은 “동양생명이나 동양생명 직원들이 아닌 동양그룹의 경영실패로 인한 매각인 만큼 고용안정협약은 당연한 요구”라며 “M&A 논의단계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이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고용안정협약이 이뤄지지 않고 노사관계가 악화될 경우 보고펀드 측에도 매각에 핸디캡이 될 수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껄끄러운 노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 상장 생보사 주가·실적현황 〉
* 3월28일 종가 기준. ROE, PER, PBR은 FY2010 기준.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