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그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말레이시아, 중국, 태국, 홍콩, 인도 등 7개국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들 보험사 중 한국과 일본,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4개국 법인은 아직 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상태. 따라서 삼성생명의 ING생명 인수는 결국 국내 MS를 확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생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해외 진출의 첫 단추로 생각하는 곳은 중국”이라며, “ING가 제대로 자리를 잡은 곳은 한국과 말레이시아뿐인데, 중국에서의 영업이 미미한 ING를 해외 진출을 위해 인수한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해 ‘중국통’인 박근희 전 삼성그룹 중국법인 사장을 신임 사장에 선임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삼성·대한·교보 등 3개 회사가 주도하던 것이 외국계 회사와 중소사들의 추격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지배력도 반감됐다”며, “여기다 농협생명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이른바 생명보험 대형 3사의 점유율은 2002년 76%에 육박했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50%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삼성생명은 2002년 39.3%에서 2010년말 26%로 8년새 13% 이상의 MS가 빠졌다. 또 올초 사장단회의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의 시장 확대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는 설까지 파다하게 퍼져있는데,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결국 삼성생명의 ING생명 인수는 ‘국내용’이라는 진단이 더 설득력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따라서 7개국 법인을 하나로 묶어 팔지 않고 쪼개서 판다면 삼성생명은 한국 법인만 인수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M&A관련 결단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ING생명 인수로 인한 시너지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은 매각설이 나돌면서 이미 영업 일선조직의 이탈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중소 외국사들과 농협생명은 ING생명 일선 조직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모 외국계 생보사는 전담 TF까지 구성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자가 많다는 점도 삼성에는 악재다. 외국계 금융사들을 비롯해 특히 KB금융지주도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인수 의지가 커서 매입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