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단위보험료가 큰 저축성보험 영업에 집중해 외형을 키우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또한 보장성보험 시장이 포화됐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일각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저축성보험에 편중된 성장이 계속되면 결국 보험사가 금리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생보사들의 장기적인 경영수지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2011회계연도(2011.4 ~ 2012.3) 11월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 비중은 50.8%(19조5241억원)으로, 전년동기 52.1%(19조5947억원)보다 1.3%포인트 감소했다. 2년 전인 2009회계연도 11월(56.7%)과 비교하면 5.9%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회사별로는 미래에셋생명의 보장성보험 비중이 29.1%로 전년동기(43%)대비 13.9%P의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또한 녹십자생명이 30.3%에서 26.9%로 -3.4%P, 동양생명은 35.7%에서 32.7%로 -3%P, 흥국생명이 33.2%에서 30.2%로 -3%P 줄어들었다.
대형사들 역시 보장성보험 비중이 줄어들었다. 대한생명이 59.4%로 가장 큰 감소율(-2.2%P)을 보였고, 삼성생명이 60.4%로 -2%P, 교보생명도 58.1%로 -0.5% 줄어들었다.
2년 전인 2009회계연도 11월과 비교하면 삼성생명은 3.9%P 대한생명은 6.8%P 교보생명은 4.3%P 감소한 수치다.
◇ 금리경쟁으로 이어져
최근에는 삼성생명이 공시이율을 업계평균 수준인 연 5.1%로 0.2%P 올리면서 연쇄적인 공시이율 인상이 있었다. 삼성생명이 공시이율을 올리자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공시이율을 각각 연 5.1%와 5.0%에서 5.2%와 5.1%로 각각 0.1%P씩 올린 것.
또 우리아비바생명(5.0%→5.2%)·ING생명(5.1%→5.3%)·동양생명(5.1%→5.2%)·흥국생명(5.1%→5.2%) 등 중소사들도 금리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국내사들의 저축성보험 확대경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이경희 연구위원은 “현재 업계 전체적으로 공시이율은 5%초반인데, 자산운용수익률이 5.5%를 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각 생보사들의 외형경쟁과 함께, 고령화와 청년실업, 불경기, 양극화 등 환경적인 요소들도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수요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의 확대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감원 점검은 금주에 마무리
한편 금융감독원은 현재 공시이율 과당경쟁 여부를 놓고 대한생명 등 4개사에 대해 현장점검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 회사에 대한 점검은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데, 아직 점검결과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권순찬 생명보험검사국장은 “4개 생보사에 대한 현장점검이 이번 주 마무리 된다”며, “점검이 끝난 이후에도 제재심의위원회까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두 달 이상은 소요되기 때문에 아직 결과를 밝힐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외국계·은행계, ‘마이웨이’
국내사들의 이 같은 외형 경쟁과는 대조적으로 외국계와 은행계 생보사는 보장성보험 비중이 증가, 저축성보험 확대를 통한 외형경쟁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하나HSBC생명이 6%에서 17.4%로 11.4%P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AIA생명은 71.1%에서 76.7%로 5.6%P 늘어났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이 69.3%로 5.1%P, ING생명은 64.3%로 3.7%P, 알리안츠생명은 29.7%로 3.6%P, 신한생명이 49.1%로 2.6%P, PCA생명이 46.3%로 1.6%P, 에이스생명이 68.1%로 0.9%P, KB생명은 0.8%로 0.4%P, 라이나생명이 99.7%로 0.1%P 증가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