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일반보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공동인수 존속·폐지’ 여부에 대해 각 손보사 별 실무자급 1명씩을 불러 TF를 구성해 논의 중인데 중소 손보사들과 일부 대형사의 찬반의견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월 17일 ‘킥오프미팅’을 가졌으며 오는 2월 1일에 2차 미팅을 가진다.
◇ 재보험수지 역조 개선방안과 충돌
중소손보사들은 공동인수제도가 폐지되면 재보험수지 적자가 증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0년 재보험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인수를 확대해 국내 손보사들의 보유를 늘려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보낸 바 있다. 이후 손보사들이 공동인수를 확대하면서 재보험수지 적자는 2009년 6225억원에서 2010년 4431억원으로 30% 가량 줄어드는 성과도 보였다. 따라서 금감원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공동인수 확대 방안이 추진된지 갓 1년이 넘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공동인수 폐지 카드를 들고 나온 까닭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삼성화재가 삼성리에서 요율을 구득?
일반보험의 거대물건의 경우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각 원수보험사가 재보험사와 협의한 재보험요율(구득요율)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출하게 된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화재가 최근 재보험사 삼성리를 설립한 것과 공동인수 폐지 논의를 연결시키기도 하고 있다. 즉 삼성화재가 삼성리를 통해 아주 낮은 수준의 덤핑요율을 받아 국내 일반보험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삼성리의 규모가 자본금 6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보험사가 구득요율을 써줄 때는 일정 수준의 인수를 해줘야 다른 재보험사들도 들어온다”며, “하지만 삼성리의 자본금은 6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인수할 수 있는 물량도 한정돼 있고, 특히 사업초기인 만큼 덤핑요율을 써줄 정도의 여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험업계에서도 삼성화재가 자회사로부터 요율을 받는 정도의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런 논리라면 관련 법령상 요율 구득을 꼭 재보험사로부터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국내 대형손보사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해외법인으로부터 요율을 구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삼성리와는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고, 또한 아직 그 정도의 무리한 영업을 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소 손보사들이 공동인수폐지와 삼성화재를 계속 연결시키려 하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동인수가 폐지되면 삼성화재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삼성화재가 일반보험 계약에서 간사사를 많이 맡았기 때문에, 공동인수가 폐지되면 중소사와 나누던 것 중 상당수가 삼성화재로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단계적으로 폐지될 것”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일반보험 공동인수제도가 단계적으로 폐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을 적용하는 소형물건부터 폐지하고 이후 재보험사 구득요율을 적용하는 거대물건까지 공동인수 제도 폐지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
중소 손보사 관계자는 “특정 회사의 요구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소형계약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폐지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손보사들의 우려와는달리 금융감독원은 공동인수TF의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계리실 김동규 손해보험팀장은 “공동인수와 관련된 논의는 일반보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공동인수TF를 통해 보험업계의 의견을 적극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동인수 폐지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이 단순히 ‘우리 회사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정도의 차원이 아닌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현재의 공동인수 제도를 존속시킬 수도 있다”고도 했다. 공동인수TF가 일부 업체들의 우려와는 달리 폐지를 위한 TF라는 식의 특별한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